티에스엠텍 직원들 '사우디 드림'
티타늄 소재 가공 전문업체 티에스엠텍(회장 마대열·55·사진)의 이상훈 대리(31·엔지니어링 설계)는 요즘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날 날을 학수고대하며 아랍어 공부에 ‘열공’ 중이다.

그는 최근 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 강관회사인 사우디스틸파이프(SSP)와 설립한 합작법인 ‘TSM-ARABIA’에 파견나간다. 현지에 파견할 기술인력을 사내 모집했는데 이 대리가 손을 번쩍 든 것이다. 입사 4년차로 최근 결혼한 이 대리는 “사우디 파트너사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부인과 협의해 주저 없이 사우디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SSP는 기술이전을 받는 대가로 기술직 직원에 대해 티에스엠텍에서 받고 있는 급여의 1,75배, 40평형 아파트와 2000㏄ 차량, 자녀 2명의 국제학교 학자금, 휴가 때 항공비 등을 지원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대리는 “이 정도 조건 같으면 웬만한 대기업도 부럽지 않다”며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중동에서 만약 2세를 갖게 되면 중동 오일 전문가로 키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티타늄 소재 분야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한 티에스엠텍 직원들이 중동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다.

마대열 회장은 요즘 아침 출근 때마다 사무실 대신 공장에 들러 중동으로 투입될 기술진 인선과 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1차로 올 하반기까지 20여명의 기술진을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 회장은 “제2 건설붐이 일고 있는 중동시장에서 제2의 티에스엠텍을 창업한다는 각오로 공장장과 기술이사급 등을 포함한 호화 기술진을 전원 퇴사시킨 후 파견할 계획”이라며 “그래도 희망자가 많아 엄선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합작법인이 설립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 담맘시의 정부산업단지공단으로, 1970~80년대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중동의 기적’을 이뤘던 지역이다.

이 대리와 함께 사우디행을 결심한 티타늄 소재 경력 20년의 하갑용 생산부장(44)은 “과거 선배님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사우디에서 온몸을 던졌는데, 이로부터 40년이 흘러 중동시장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가며 우리나라 기술력을 이전한다고 하니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합작파트너인 SSP는 현금 출자분 외에 기술이전 대가에 대한 지분(10%)까지 인정해 줬다. 티에스엠텍의 현지법인 지분율은 30%다. 여기다 사우디 합작법인과 별도로 티에스엠텍이 사우디 현지에서 신규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 참여 권한도 따로 부여했다.

SSP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사빅, GCC 5개국(쿠웨이트,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의 초대형 석유화학 공사와 담수화 플랜트 공사 등에 들어가는 대형 강관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관련 시장점유율이 30%를 넘는다고 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