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호남석유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준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식시장에 ‘실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LG화학이 9.21% 폭락하는 등 실적이 증권사 추정치에 크게 못 미친 ‘어닝 쇼크’ 종목들은 주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1분기 어닝시즌(기업 실적 발표 기간)이 본격화됨에 따라 어닝 쇼크를 피해가는 것이 수익률 관리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동국제강 영업익 추정치 급감

한국경제신문이 22일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상장 기업의 1분기 실적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철강·항공·화학 업종 등에서 어닝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에 최근 한 달 새 영업이익 추정치가 10% 이상 감소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호남석유 등 지난주 실적을 내놓은 기업들도 직전 한 달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해 어닝 쇼크를 예고했다.

철강업종에 속하는 동국제강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달 23일 226억2000만원에서 이달 20일 30억원으로 86.7% 급감했다. 현대제철도 영업이익 추정치가 같은 기간 16.5% 줄었다. 항공업종도 어닝 쇼크가 우려된다. 최근 한 달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58.1%와 22.5% 감소했다. 국제 유가가 연초 급등하면서 항공유 비용 부담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화학업종의 한화케미칼도 영업이익 추정치가 36.8% 줄어든 상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8.1%로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철강 화학 건설 기계 업종이 어닝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중국 경기 회복이 둔화된 만큼 이들 업종의 실적 개선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엔씨소프트(-16.2%) SK브로드밴드(-15.8%) 한진중공업(-13.3%) GS리테일(-13.1%) 등도 영업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폭이 상대적으로 큰 종목으로 꼽힌다.

LG이노텍 추정치 207% 상향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할 만한 업종은 정보기술(IT)이다. LG이노텍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207.1% 증가한 것을 비롯해 LG전자(25.6%) 삼성테크윈(14.3%) 삼성전기(11.2%) 등의 추정치가 대폭 상향 조정됐다. 대덕전자 이노와이어 등 중소형 IT주도 영업이익 추정치가 10% 이상 증가했다.

다만 IT주는 1분기 실적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이 더 중요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상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PC TV 등 가전제품 수요는 부진하고 스마트폰 경쟁은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IT주는 하반기 조정을 받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LG생명과학 평화정공 지역난방공사 롯데삼강도 최근 영업이익 추정치가 10% 이상 상향 조정돼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주는 기대 부합할 듯

자동차주는 당초 기대치와 비슷한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949억원으로 한 달 전 2조868억원에서 큰 변화가 없다. 같은 기간 기아차 영업이익 추정치는 9723억원에서 9690억원으로 줄었지만 감소율은 0.3%에 머물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뉴싼타페를 19일 출시한 데 이어 기아차가 뉴씨드와 K9을 다음달 내놓는다”며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과 함께 주가 상승 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