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 한도가 확대된다는 사실을 모르셨나요? 연금 추가로 가입하세요.’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소득공제 한도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며 연금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수익률 논란이 불거지면서 연금 판매가 어려워지자 이 같은 영업 행위가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정국환 씨(45)는 최근 대형 손해보험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연금저축 상품에 가입하라는 권유였다. “내년부터 소득공제 한도가 연간 4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늘어난다”는 설명을 들은 후 월 20만원씩 더 불입하기로 했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세제적격 연금저축에 연간 한도인 400만원을 넣으면 연말정산 때 과세표준에 따라 최대 26만4000원에서 167만2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필수 가입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 정씨는 “쇼핑몰에서 할인권을 받으려고 휴대폰 번호를 적어낸 적이 있는데 그때 번호가 노출된 모양”이라며 “소득공제 한도가 아직 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도 각종 이벤트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 연금저축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권모씨(39)는 “보험설계사로부터 소득공제 한도가 조만간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노후 대비도 할 겸 연금에 추가로 가입했다”며 “소득공제 한도가 800만원으로 늘어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소득공제 한도 확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개인·퇴직연금의 연간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재정 형편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금융감독원은 소득공제 한도가 곧 늘어날 것처럼 속여 상품 가입을 권유하면 불건전 영업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득공제 한도를 늘릴 필요성이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공제 한도 확대를 빌미로 연금저축 가입을 권유한다면 불완전 판매를 넘어 ‘불건전 영업 행위’여서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달 초 “계약 조건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재산 상태 등에 비춰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며 불완전 판매 근절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