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대표적 반도체 회사인 난야와 이노테라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때 한국, 일본과 함께 반도체 3대 강국으로 꼽히던 대만 반도체 업계의 주력 기업인 두 회사는 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파산보호 신청 후 매각 작업에 들어간 일본 엘피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토러스투자증권은 19일 난야와 이노테라가 실적 악화와 투자 부족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난야는 지난 1분기 매출이 87억9000만대만달러(33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고 18일 발표했다. 86억5000만대만달러의 영업손실을 입어 9분기째 적자가 지속됐다. 이노테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1분기 매출이 79억2000만대만달러(300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17% 감소했고 영업손실(39억8000만대만달러)이 전분기보다 커졌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지만 실적을 호전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30㎚(나노미터)의 D램을 양산하는 데 비해 난야와 이노테라는 40~50㎚ D램을 생산, 기술 격차가 1년 이상 벌어졌다. 같은 웨이퍼를 사용해도 만들어낼 수 있는 D램의 양이 적어 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모바일 D램도 생산하고 있지만 노키아, 모토로라 등 휴대폰 업체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해 수익률이 낮고 수요가 줄고 있는 PC용 칩에만 매달리고 있다.

선두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난야와 이노테라는 올해 설비투자금액을 각각 34억대만달러, 40억대만달러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공정전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노테라의 1분기 현금성자산은 2200만대만달러에 불과하다”며 “설비투자금액 40억대만달러를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