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독보적 존재로 부상한경북 예천에 있는 삼한씨원(회장 한삼화·사진) 벽돌공장. 18만1818㎡ 부지에 2만9752㎡의 공장 안으로 들어서면 ‘벽돌공장’에 대해 갖고 있는 상식이 완전히 깨진다. 벽돌 제조 공정이 전통적인 ‘3D 업종’일 듯 싶지만 최첨단 컴퓨터 전자동시스템에 따라 공정이 자동으로 착착 진행되기 때문이다. 황토벽돌로 지어진 사무실동을 비롯해 잘 정돈된 조경, 형형색색의 황토 보도벽돌이 깔린 통행로는 마치 아늑한 전원주택을 연상케 한다.

황토벽돌 전문생산 기업인 삼한씨원이 고품질 첨단 벽돌로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서고 있다. 대구스타디움, 서울 대학로, 송파대로, 해운대 달맞이길, 연세대, 계명대 등 전국 주요 건물과 거리에 생산제품을 시공하면서 대한민국의 건축문화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 회사의 황토벽돌이 세계적 상품으로 불리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우수한 품질 때문이다.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비결은 국내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자체 품질 규정을 마련해 적용하는 삼한씨원만의 ‘장인정신’이다. 연간 1억만장이 넘는 벽돌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불량률은 ‘제로’에 가깝다. 점토벽돌의 품질은 벽돌 사이즈, 강도 및 내구성, 균열, 표면의 매끈함, 색상 등에 의해 좌우된다. 이 회사는 자체 품질 규격을 정해놓고 190㎜ 길이에 ±1㎜ 오차만을 허용한다. 여기서 벗어나면 어김없이 폐기처분한다. 현재 국내 KS규격이 ±5㎜ 오차까지 허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5배나 엄격하다.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점토벽돌 업계에서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벽돌 선진국에서도 통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KS규격보다 5배나 높은 품질 기준과 함께 ISO9001(국제표준화기구), JIS(일본공업규격) 등 세계적인 품질 규격을 획득했다. 이는 “국내 품질 규격은 의미가 없고 목표는 세계 1위”라고 말하는 한삼화 회장의 고집스러움과 원칙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2005년부터 공공 조달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도 주효했다. 조달청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는 삼한씨원 같은 중소기업 제품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정부가 공인한 이 회사의 기술에 대한 신뢰성은 민간시장보다 훨씬 쉽게 먹혀들어 갔다.

2006년 연간 매출이 176억원에 불과했으나 나라장터를 본격 이용하기 시작한 2007년 208억원, 2009년 251억원, 2011년 2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2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회장은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기 어렵다”며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라면 조달청 나라장터에 우수제품으로 등록해 영업활동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한씨원은 지난해 10월 국내 처음으로 조달청 ‘자가품질보증업체’로 선정돼 매출 신장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자가품질보증은 업체 스스로 생산제품의 품질을 관리하고 조달청이 심사해 최고 3년까지 납품검사를 면제하는 제도다. 삼한씨원은 9개 선정 업체 가운데 최고점수(품명 세라믹벽돌)를 받아 내년까지 납품검사를 면제받는다.

한 회장은 “흙벽돌을 만드는 데 선진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불량률을 낮출 수 없다는 생각에 적극 투자했다”며 “그 당시의 적극적인 투자가 현재의 회사를 만들었고, 자가품질보증업체로 선정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첨단시설과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이 회사는 1990년 5월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이탈리아 모란도사의 생산 라인과 최첨단 컴퓨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한 경북 예천의 제1공장을 가동했다.

국내 최초로 전통 3D산업인 점토벽돌 생산 업종을 최첨단 장치산업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다. 이어 세계적 설비사인 독일 링글의 설비를 도입, 2003년 11월 제2공장을 설립했다. 앞서 1998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R&D에 투자, 황토벽돌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하고 있다.

1945년 경북 고령 태생인 한 회장은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1997년),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제1호 신지식인’(2000년), ‘산업포장’(2004년), ‘국민훈장 동백장’(2009년), ‘대한건축학회 기술상’(2011년) 등 수많은 수상기록을 갖고 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