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선물이 현물(주식)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아직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를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베이시스(선·현물 가격차)가 하락하고 유럽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든 데다 전체 프로그램을 통해 3000억원이 넘는 매물이 나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거래대금은 약 3개월만에 3조원대로 내려갔고 전체 프로그램은 3808억원 매도 우위로, 지난 3월 8일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래 최대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이 순매도를 기록한 원인은 베이시스가 하락해 차익거래(2119억원 순매도)가 활성화된 동시에 외국인을 중심으로 비차익거래 매물(1689억원 순매도)이 나왔기 때문이다.

3월 동시 만기일 이후 2포인트를 웃돌던 일평균 베이시스는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1포인트대에 진입, 전날에는 1.00포인트까지 내려왔다. 보통 베이시스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현물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을 사는 매도 차익거래가 활발해진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베이시스가 하락하면서 세금이 면제돼 거래가 자유로운 국가·지자체 매물� 나오고 있다"라며 "베이시스가 0.6포인트 이하로 떨어지면 외국인, 기관도 매도 차익거래에 가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지수선물시장에서 매매 주체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지 않아 대규모 청산 가능성은 높진 않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일평균 베이시스는 0.88포인트다.

최 연구원은 "유럽 재정 위기 등 해외 변수에 따라 베이시스가 변화할 수 있다"라며 "현물 증시 관망세에 프로그램 영향력이 높아진만큼 베이시스를 지켜볼 것"을 권했다.

최근 비차익거래를 통해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전날 외국인은 비차익거래를 통해 1300억원 가량을 순매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외국인들의 비차익거래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다"라며 "유럽 재정 위기 우려가 심화되면 지난 1, 2월에 비차익거래를 통해 들어온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추세적인 매도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머징 상장지수펀드(ETF) 등 해외 자금 동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