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 게임을 어떻게 하면 결합할 수 있을까를 놓고 10년 동안 씨름해온 한국의 한 교수가 세계적인 교육학회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게임의 원리를 적용한 학습 방법이 성적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48·사진)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 열린 학술대회에서 ‘게임에 기반을 둔 학습 방법’인 G러닝(game learning)으로 3개월 만에 학생들의 성적을 50% 이상 높였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학술대회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교육학회인 미국교육학회(AERA)와 세계교육학회(WERA)가 공동 주최했다.

위 교수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경기도 22개 시·군 소재 42개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G러닝을 실시한 결과 전체 평균이 영어는 45.58점에서 69.05점으로 51%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수학 성적은 45.32점에서 58.35점으로 28% 나아졌다. 위 교수는 “성적 하위권 학생들에게 G러닝의 효과가 컸다”며 “G러닝 학습 이후 하위권 학생들의 영어 성적은 52%, 수학은 90% 올랐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실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로버트 케네디 앰배서더 스쿨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G러닝에서 수학은 평균 69.89점에서 79.74점으로 향상됐다. 성적 하위권 학생들은 48점에서 68점으로 42%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 컬버시의 라발로나 초등학교에서도 2010년 G러닝을 도입해 수학 성적을 하위권은 47%, 상위권은 37% 올렸다.

위 교수는 “게임의 특징인 몰입 요소에 학습 내용을 결합해 성취도를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교육법이 G러닝”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에 따라 수학의 원리, 영어 문법, 국가 경제 시스템 등을 익히는 학습 방법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곱셈을 활용해 물건을 정해진 숫자에 맞춰 거래하라’는 임무가 떨어지면 팀원끼리 물건을 찾아 거래하는 과정에서 곱셈의 원리를 저절로 익히게 된다. A3면에 계속

"게임 함께 하며 왕따 문제도 해결"

위 교수는 “팀별로 움직이는 RPG의 특성으로 인해 협업하는 과정에서 왕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의 설명이 끝나자 학술대회장을 가득 메운 세계 곳곳의 교육학 전공 교수들은 “G러닝을 도입하려면 교사를 어떻게 훈련시켜야 하느냐”, “비용은 얼마나 드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미국과 중국 캐나다 룩셈부르크 교육 관계자들은 G러닝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위 교수는 “온라인 게임 특유의 몰입성에 주목해 2003년부터 G러닝 전파에 나섰지만 국내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많다”며 “오히려 미국 등에서 공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으로 G러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학술대회에 위 교수를 초청한 에바 베이커 세계교육학회장(미국 UCLA 교육학과 교수)은 “G러닝의 학습 효과는 매우 크기 때문에 세계 교육학계가 적극적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G(Game)러닝

온라인 게임이 갖는 흥미와 몰입 요소를 학습에 접목한 교육 방법이다. 역할수행게임(RPG)을 하는 즐거움으로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