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맞춰 춤을 추는 로봇 밴드, 해저 6000m 심해에서 활동하는 자원 탐사 로봇, 감성돔 모양의 일곱 색깔 로봇물고기까지….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의 로봇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로봇 전시관이 여수에서 문을 연다.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는 17일 엑스포 전시장에서 해양로봇관 준공식을 가졌다. 다음달 12일 엑스포 개막에 앞서 여러 전시관 중에서도 해양이란 단일 주제로 마련한 세계 최대 규모의 로봇 전시관을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

해양로봇관은 약 1년 동안 123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매머드급 전시관이다. 지난해 3월 콘텐츠 공모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후원사로 선정됐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로멜라연구소 등이 제작한 73대의 로봇이 출품됐다.

◆바닷속 자원탐사 다룬 심해관

해양로봇관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곳은 심해관이다. 수중 6000m 심해에서 인간을 대신할 로봇들의 자원탐사, 광물채굴 등의 미래 모습을 미리 보여준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국내 기술로 만든 6.5m 최장신 로봇 ‘네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게 1에 달하는 네비는 어른이 옆에 서도 무릎 정도밖에 닿지 않을 만큼 큰 덩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를 만든 로봇제작업체 위저드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제작했다. 네비는 2040년 수중 6000m 가상 심해를 배경으로 인간을 대신해 광물을 채굴하는 모습을 다양한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상반신을 움직이는 행동과 말로 네 대의 부하 로봇을 지휘하며 대장 역할을 한다.

오징어의 모습을 본뜬 용접로봇 ‘스파키’는 여러 개의 발을 용접팔로 이용해 바닷속에서 짧은 시간에 용접작업을 완료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바다뱀의 모습을 본뜬 시추로봇 ‘토네’는 머리 부분에 달린 시추 장비를 이용해 바닷속 자원을 채취하고 불가사리를 닮은 로봇 ‘샤이니’는 조류의 힘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영옥 대우조선해양 부장은 “자원개발이 점점 더 깊은 심해지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조만간 해저 로봇이 실제로 활약할 날도 찾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K팝에 춤추는 세계 각국 로봇

해양로봇관 첫 전시관에서는 K팝에 맞춰 춤, 합창, 연기 등을 펼치는 세계 각국의 로봇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 사이버 여전사 ‘에버’, 슈퍼주니어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메로’를 비롯 프랑스 ‘나오’, 영국 ‘데시피안’ 등이 K팝에 따라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메로를 개발한 김문상 KIST 프론티어 지능로봇사업단장은 “현재 개발 중인 쌍방향 대화 기능이 완성되면 연내 메로가 은행, 병원 등지의 안내로봇으로도 데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선미 엑스포조직위 공보1팀장은 “73대의 대규모 로봇을 93일 동안 하루 12시간 장기 전시하는 것은 역대 박람회 중에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