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신용카드사에 판매하는 항공 마일리지 가격을 인상하자 카드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것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카드수수료 분쟁을 겪었던 카드업계가 카드 수수료 개편을 앞두고 이번에는 대형 가맹점과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카드사는 마일리지당 15원 안팎인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격을 최소 1원 이상 올려주기로 결정했으며 일부 카드사도 인상폭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연간 8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카드사들은 연간 1200억~1300억원 상당의 마일리지를 항공사로부터 구입, 회원의 결제 실적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격 인상을 놓고 카드업계는 오는 12월27일부터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연계, 해석하는 분위기다. 개정된 여전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수수료율은 업종에 따라 1.5~4.5%가 적용되고 있다. 대한항공 수수료율은 1.5%로 카드 수수료율 체계가 개편되면 수수료율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간 1조원 이상을 카드로 받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 수수료율이 0.5%포인트만 올라도 50억원이 더 들 것”이라며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일리지 가격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격 인상이 개정된 여전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형 가맹점들이 대한항공과 같은 방법으로 수수료 인상분을 카드사로부터 빼앗아 간다면 카드사들은 요식점이나 미용실 같은 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만 깎아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개정된 여전법은 대한항공과 같은 대형 카드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수수료 부담을 경감할 목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가를 요구할 수도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카드 수수료율과 마일리지 가격 인상 관계를 부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04년부터 마일리지 가격을 동결해오다 물가와 유가 상승을 반영해 가격조정에 나서게 됐다”며 “마일리지 가격협상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항공사의 마일리지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무이자 할부 카드결제 금액에서는 마일리지를 쌓아주지 않는 등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축소할 방침이다.

박종서/ 이유정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