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가 지난 1년간 벌여온 치열한 특허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역설적이게도 싸움을 벌인 당사자들이다. 이 기간 애플과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확실하게 굳혔다. 애플의 집요한 공격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열세를 보였던 삼성전자의 인지도를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격상시켜주는 효과도 있었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3GS를 처음 내놓았던 2009년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4.4%로 노키아 38.8%, 리서치인모션(RIM) 19.7%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옴니아2’로 응수했던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3.7%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애플은 23.6%, 삼성전자는 23.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노키아는 12.5%로 2009년 대비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RIM 역시 8.5%로 반토막이 났다.

그동안 애플은 ‘잡스 매직’이란 평을 들을 정도로 아이패드, 아이폰, 맥북 등 소비자를 사로잡는 제품들을 잇따라 발표하며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0일에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옴니아2 실패 이후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을 발빠르게 내놓기 시작했다. 갤럭시S, 갤럭시S2 등 고사양 기기들의 성공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갤럭시노트가 전 세계적으로 500만대 이상 팔려나가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내달 공개를 앞둔 갤럭시S3는 애플 제품 못지않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양강 구도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5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3 등 양사의 자존심을 건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단일 제품만을 생산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애플과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시장을 공략하는 삼성전자의 전략 차이도 관전 포인트”라며 “삼성전자로선 내수 시장에서 큰 힘을 받고 있는 화웨이 ZTE 등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