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유사 브랜드를 떼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자가폴 주유소가 늘고 있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원가를 낮추려는 자영 주유업자들이 증가해서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오후 전국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2060.48원으로 전날보다 0.22원 올랐다. 지난 1월5일 1933.30원 이후 100일 연속 올라 석 달여 만에 100원 이상 상승했다.

○자가폴주유소 증가세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자가폴주유소는 735개로, 지난해 같은 때 645개에 비해 14%가량 증가했다. 전체 주유소 수는 1만2983곳에서 1만2920곳으로 63곳 줄었는데도 자가폴주유소는 되레 90곳 늘었다. 자가폴 주유소는 여러 정유사 중 공급가가 싼 곳의 기름을 받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자가폴 주유소 규모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09년 2월 344곳으로 전체 주유소 중 2.7%에 불과했던 자가폴 주유소는 2010년 3.5%(456곳)로 늘었다. 2011년엔 5%, 올 들어선 5.7%로 3년새 2배 이상 비중이 커졌다.

반면 점유율 1, 2위를 지키고 있는 SK에너지, GS칼텍스의 폴을 단 주유소는 지난해 2월과 비교해 100곳가량 줄었다. SK에너지의 경우 직영주유소는 598곳에서 529곳으로 줄었고 SK 폴을 단 자영주유소도 3692곳에서 3623곳으로 70곳 정도 감소했다. GS칼텍스 역시 직영주유소는 489곳에서 411곳으로, 자영주유소는 2739곳에서 20곳 정도 줄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으로 이익률이 떨어지자 스스로 폴을 해지하고 독립하는 곳은 물론 불법 석유류를 판매하다 계약을 해지당하는 곳이 있어 자가폴 주유소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낮지만 품질 신뢰도는 떨어져

자가폴 주유소 활성화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유가 해소 대책 중 하나다. 정유 4사 중심의 과점화된 유통시장에서 주유소 간 경쟁을 촉발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자가폴 주유소들이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가격 인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피넷에 따르면 가짜 석유를 팔다 신고된 주유소 73곳 중 절반 가까운 34곳이 자가폴 주유소였다.

자가폴 주유소가 늘어나도 가격 인하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4월 첫째주 자가폴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2022.56원으로 가장 비싼 정유사 브랜드보다 37원가량 싸다. 전국 평균 가격보다는 28원가량 낮다.

일부에선 정부가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파는 혼합판매를 허용하면서 자가폴 주유소의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주유소들이 월 판매량의 20%까지는 폴을 단 정유사 제품이 아닌 다른 정유사 제품을 받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기름값을 낮추려면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량 구매계약가격과 조건을 조정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20%라는 선만 정해 놓은 정부의 혼합판매정책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자가폴주유소

특정 정유사와 독점 계약을 하지 않고 여러 정유사나 석유 수입사로부터 기름을 받아 판매하는 주유소. 국내 4개 정유사의 어느 폴사인(간판)도 사용하지 않아 무폴 주유소라고도 불린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