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제철이 포스코를 상대로 고부가가치 전기강판 제조 기술에 대한 특허 소송을 예고했다. 올해로 12년째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두 회사의 협력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의 소송에 맞서기 위해 법무법인 광장에 법률 대응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일본제철이 지난해 10월 자신들의 전기강판 특허를 포스코가 침해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왔다”며 “법률 요건 등 구체적인 요건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신일본제철이 조만간 특허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시장 놓고 포스코 견제

신일본제철이 문제삼고 있는 전기강판은 모터 철심 등 내부 소재로 쓰인다. 전기가 흐를 때 발생하는 자기력을 몇 천배 증폭시켜 불필요한 전기 소모를 막아준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 신재생에너지 소재 등에 쓰이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포스코는 연간 130만 규모의 전기강판 생산량을 내년까지 160만으로 늘리기로 했다. 전기강판은 세계적으로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아르셀로미탈 등 몇 곳만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가 특허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해 말 독일 지멘스가 “포스코의 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CEM) 기술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멘스는 CEM 기술이 자신들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이탈리아 철강회사 아르메디의 제품 기술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일본제철이 거의 독점했던 전기강판 시장에서 포스코의 영향력이 커지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포스코의 위상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양사 관계 악영향 미칠까 우려

신일본제철의 움직임은 포스코와의 오랜 협력 관계를 감안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양사는 2000년 아르셀로미탈 등 유럽 철강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포스코는 신일본제철 지분 3.5%,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신일본제철과의 관계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협력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스미토모금속공업과 합병해 덩치를 키운 신일본제철과 포스코의 경쟁은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특허 소송과 별개로 협력 관계는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여러 가지 법률 검토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양사가 원만하게 합의하면 협력 관계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