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수 63개, 계열사 수 1831개는 상호출자제한규제를 도입한 1987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기준이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된 2009년도 수는 48개(계열사 수 1137개)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외형적인 성장을 많이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 자산증가 가장 많아

이날 발표된 63개 대기업 그룹의 자산규모, 매출, 당기순이익, 부채비율 등은 모두 2011년 한 해 기준이다. 이 중 지난해 하이닉스를 인수한 SK의 매출과 자산 규모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의 자산 규모는 136조110억원으로 전년보다 37조원 늘어났으며, 매출은 154조7330억원으로 같은 기간 43조7000억원 증가했다. 계열사 숫자 역시 94개로 SK가 가장 많았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신세계로 전년보다 2조5000억원 늘어난 3조805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2조1000억원), SK(2조 1000억원), 대우건설(1조원), 에쓰오일(5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삼성으로 전년보다 4조6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도 3조원 감소했으며 LG와 한진도 각각 2조4000억원, 2조3000억원 줄어들었다.

하지만 자산 규모면에선 삼성이 255조7040억원으로 여전히 1위였다. 전년에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던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의 순위는 바뀌었다.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4위부터 9위까지는 전년과 동일하다. 기업집단별 매출에서도 삼성이 224조838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내부 거래기준 강화돼

이번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한라, 교보생명보험, 태영, 한국타이어, 이랜드, 부산항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도시공사, 농협 등은 다른 54개 기업집단과 함께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금지 △상호 채무보증 제한 △기업결합 및 지주회사 설립 제한 △계열 금융사가 가진 계열회사 지분의 의결권 제한 △주식소유 현황 신고 의무화 등의 규제를 받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제도 적용도 받는다. 이사회 의결과 공시의무 대상이 되는 거래금액 기준의 경우 자본금의 10%나 100억원 이상인 거래에서 5% 이상이거나 50억원 이상인 거래로 변경됐다. 공시 대상이 되는 거래 상대방 계열회사의 범위도 총수 등 지배주주 측이 30% 이상을 소유한 계열사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들 기업집단은 또 오는 7월1일부터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거래 상대방 선정에 관한 모범기준’ 적용을 받는다. 광고, 시스템통합(SI), 물류, 건설 등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분야에 대한 경쟁입찰을 확대해야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