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혜영(50)이 13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박정희 씨가 연출하는 입센의 연극 ‘헤다가블러’에서 여주인공 헤다 역을 맡아 내달 2일부터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12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명동예술극장이 저와 꼭 작업을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대본을 읽으며 느낀 불편한 신비감이 좋았고 ‘나는 헤다가블러고, 고로 존재한다’는 의식을 가진 헤다 역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전 무대에서 배우를 시작했고, 1987년 ‘로미오20’으로 서울연극제 신인상을 받았어요. 그동안 연극 환경이 바뀌어 무대에 서기가 두려웠지만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꼭 잡으려고 했죠.”
연출을 맡은 박씨는 “이번 작품의 컨셉트는 ‘한 인간의 절규’인데 표현주의 화가 뭉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헤다를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과 그 이면을 드러내면서 한 인간이 주변인들로 인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며 “동시대 우리의 모습과 대면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헤다가블러’는 1891년 초연된 이후 120여년 만에 국내 프로무대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선천적으로 자유롭고 욕망이 강렬하지만 사회적 신분 때문에 억압당하는 헤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와 관련, 박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헤다를 맡을 여배우가 별로 없었는데 이씨가 출연한다고 결정했을 때 정말 불꽃이 튀겠다는 예감이 들었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무대에 올릴 시점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인물들의 심리다. “제가 주력하는 건 주변 인물들의 이면입니다. 주변 인물의 욕망을 통해 헤다를 돋보이게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강구하고 있죠.”
헤다의 옛 애인 옐레르트 역을 맡은 배우 호산도 “대본이 정말 치밀해서 지금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많다”며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달 2~28일. 2만~5만원. 1644-2003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