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태국 대형 은행과 송사에 휘말리는 등 태국발 ‘악재’로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민간 소매은행인 태국군인은행(TMB)이 삼성전기 태국법인을 상대로 2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11일 밝혔다.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TMB가 작년 6월 협력업체 A사의 보호관리인 삼성전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게 삼성전기 측 설명이다.

삼성전기 태국법인은 A사가 부도를 내자 재산 압류신청을 하고 보호관리인으로 등록해놨다. TMB는 자산이 25조원 이상인 대형 소매 은행으로 태국 정부와 네덜란드 ING은행이 각각 25% 안팎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채권자 간에 채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소송으로 태국에서 뜻하지 않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기는 작년 10월 발생한 태국 홍수 등의 영향으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어 동남아시아 부문 실적이 악화됐다. 작년 삼성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7% 늘어났으나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지역 매출은 1조1151억원으로 2010년보다 2.2% 감소했다. 지난해 동남아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 줄었다. 삼성전기는 태국 방파콩 지역에 정보기술(IT) 제품용 튜너와 파워기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갖고 있다. 태국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인수한 세계 2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용 모터 업체인 일본 알파나도 태국 나콘랏차시마지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태국 홍수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지만 대부분 회복했고 태국은행과의 소송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포르투갈 법인 파산을 놓고도 현지 은행들과 12년째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삼성전기는 2000년 포르투갈 법인의 재무책임자가 회사 돈 1000억원을 횡령해 선물환거래를 하다가 현지 은행에 손실을 입힌 뒤 상환하지 못하자 포르투갈 법인에 대해 파산신청을 했다.

현지 은행들이 부채를 떠안은 상태에서 해당 법인을 파산시키는 것은 불법이라며 삼성전기를 상대로 소송을 내 12년을 끌어오다 지난 1월에야 합의해 파산절차를 마무리지었다.

회사 관계자는 “올초 포르투갈 법인 청산을 끝냈다”며 “1분기 실적을 공시할 때 청산된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