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이 고유가로 장거리 노선을 줄이고 단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올 들어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 역시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시카고와 시애틀 등 미국 노선의 올 하반기 증편계획을 보류했다. 오는 7월부터 시카고 노선을 주 4회에서 7회로, 시애틀 노선을 주 5회에서 7회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탑승객이 몰리는 10월7일까지(하계기간)만 증편 운항하기로 했다.

아시아나가 미주노선 운항계획을 변경한 것은 단거리 노선 대비 유류소모 비중이 더 커서다. B747-400 기종으로 인천~LA를 운항했을 때 들어가는 연료량은 약 16만9300ℓ로 유가가 1달러 오르면 12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반면 단거리 노선인 인천~나리타 구간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20만원 안팎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시아나는 장거리 대신 중국과 일본 등 단거리 노선 운항 편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다롄, 난징, 창사 등 총 35편을 늘리고 일본과 동남아 노선은 각각 9회, 2회 증편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장거리보다는 강점이 있는 단거리 공략에 힘쏟을 계획”이라며 “지난해 ‘연료관리파트’를 신설하는 등 유류비 절감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역시 올 하계기간(3월28일~10월30일) 단거리 국제선을 대폭 늘렸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인천~방콕 노선을 기존 주 16회에서 21회로, 인천~치앙마는 주 2회에서 주 7회로, 부산~세부 노선은 주 2회에서 주 4회로 증편했다. 일본도 부산~오사카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14회로, 인천~시즈오카 노선을 기존 주 3회에서 주 7회로 확대했다. 이 밖에 인천~홍콩 노선을 주 21회에서 28회로 늘리는 것을 비롯해 부산~홍콩 주 2회, 부산~칭다오 주 4회, 제주~북경 주 3회씩 늘리기로 했다. 반면 미주 지역은 전년 대비 운항 횟수를 주 14회 줄였다.

항공사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고 아시아나는 전년 대비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유류비가 항공사의 전체 영업비용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복진만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들의 올해 수익성은 유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2분기에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유류할증료 부담 증가에 따른 항공수요 감소와 연료비 부담으로 실적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