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이 여성 인력을 지역 전문가로 육성하라고 경영진에게 주문했다.

이 회장은 1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식당에서 지역전문가 출신 임직원 7명과 점심을 함께하며 “20%대인 여성 지역전문가 비율을 25%에서 최대 30%로 늘리라”고 말했다. 또 “중남미나 중동, 아프리카 같은 특수 언어국가로 가는 지역전문가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삼성에 근무하는 외국인이 한국 본사를 방문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이 제도를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의 지역전문가 과정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전 세계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회장 지시에 따라 1990년 시작해 20년간 80여개국 4400명의 지역전문가를 배출했다. 올해는 50개국에서 285명의 지역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이 만든 제도인 만큼 이날 지역전문가 제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고 삼성 관계자가 전했다. 이 회장은 “모두가 반대했지만 1987년 그룹을 맡고 가장 먼저 만든 게 지역전문가와 탁아소였다”며 “지역전문가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심을 함께한 임직원들에게 “사원이 잘돼야 회사가 잘되고 나라도 잘된다”며 “여러분도 계속 발전하려면 10년, 20년 후 회사가 어떻게 될지와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를 떠올려 보고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고 미래를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1993년에 신경영을 주창하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런 뜻이었다”고 했다.

신경영을 주창한 배경에 대해서도 장시간 얘기했다. 이 회장은 “1993년에 미국에 가보니 일본 제품은 맨 앞에 있고 삼성전자 제품이 진열장 맨 뒤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며 “바로 일본 제품과 한국 제품을 뜯어봤다”고 회고했다. 그는 “삼성 제품의 부품 수가 일본 제품보다 25% 정도 많았다”며 “부품 수가 많으면 무게가 더 나가고 고장도 잘 나고 소비자에게 좋은 게 하나도 없는 만큼 이런 경험이 삼성을 뒤집어 엎은 시초가 됐다”고 말했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모처럼 화기애애한 가운데 2시간 넘게 임직원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장은 12일에는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