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9일 오후 2시41분 보도

지난달 말 포스코 재무실 경영분석그룹은 정례 회의를 가졌다. 철강 수요감소 등으로 판매가 부진한 사업부별 실적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매달 정준양 회장이 주재하는 ‘전사운영회의’를 열어 각 사업부별 실적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한다. 이 회의의 기본 자료를 제공하는 곳이 재무실 경영분석그룹이다. 선주현 경영분석그룹 팀리더(부장급)는 “포스코의 모범적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시켜 주는 바탕이 재무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재무팀은 자금에 관한 일을 도맡는 곳이다. 명성이 옛날만큼은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여전히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자금 관리와 회계, 세무 등 전통적인 업무에서부터 경영분석과 평가, 컨설팅, 기업설명회(IR) 등까지 책임지고 있다.

○기업 살림 도맡아

재무팀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포스코 재무실의 경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기홍 전략기획총괄 부사장과 재무실장인 심동욱 상무를 중심으로 6개 그룹(부)이 있다. 재무기획·회계·자금·세무·경영분석·IR 등이다. 재무실 전체 인원은 101명이다.

자금그룹에서는 자금 입출입과 조달, 운용 등을 맡는다. 매일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체크해 입출금에 차질이 없게 하는 게 주임무다.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여유 자금을 굴리는 일도 한다. 포스코는 통상 2조~3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주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KB금융,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지분 일부를 블록세일로 매각한 곳도 자금그룹이다. 외환 관리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고 환율 변동에 대응한다. 철광석과 유연탄 수입이 많은 포스코에 환율은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다.

회계그룹은 말그대로 회계 업무를 총괄한다. 국내 계열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있는 해외 계열사까지 연결해 재무제표를 만든다. 대부분 회계사자격증을 가진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다.

세무그룹에서는 세금과 관련된 일을 처리한다. 수출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세무 문제를 해결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인수·합병(M&A)을 할 때 세무상 리스크가 있는지도 조사한다.


○재무팀 업무의 진화

재무팀에서 전략과 기획업무를 맡는 곳도 많다. 재무팀이 만들어내는 자료들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사 결정을 좌우한다.

포스코 경영분석그룹은 재무팀의 위상을 한눈에 보여준다. 각 사업부를 평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 재무팀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실질적인 계열사 관리가 재무팀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무기획그룹에서는 포스코가 한 해 동안 얼마를 투자하고 지출할지를 결정한다. 중장기 예산은 경영전략실에서 짜지만 단기 예산은 재무실에서 담당한다.

IR그룹에서는 기업 가치를 홍보한다. 포스코는 뉴욕 런던 도쿄에 상장돼 있어 해외 IR이 활발하다. 이상춘 포스코 홍보그룹 리더는 “재무팀은 생산이나 영업 등을 지원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다”며 “축구로 치면 수비수이면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는 리베로”라고 했다.

○야근 많은 재무팀

포스코 재무실 자금그룹에서 외환 업무를 담당하는 박상길 매니저(과장급)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서울 상도동에 사는 그는 오전 7시30분까지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출근한다. 다른 파트에 있는 직원들보다 출근이 한 시간가량 빠르다. 오전 6시30분에 끝나는 미국 뉴욕증시 상황을 체크해 데일리 리포트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시간에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 싱가포르나 홍콩 등 해외 투자자 등과도 수시로 통화하면서 상황을 파악한다. 오후 3시 한국 증시가 마감하면 국내 금융시장 동향을 종합한 보고서를 만든다. 박 매니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거의 매일 새벽까지 퇴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무팀 직원들의 하루 일과는 파트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박 매니저처럼 일이 많은 편이다. 국제 동향을 잘 파악하려면 외국어에도 능통해야 한다. 재무팀은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가 많다. 해외 지사나 계열사에 재무 업무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재무실에선 차장급 이상 80~90%가 해외 근무를 해봤을 정도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