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아이들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개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까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문제로 학부모들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해서다. 저마다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근심걱정을 토로하고 간다. 통상 이런 경우 몇 가지 징후가 있는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조기에 알아볼 수 있다. 피해 학생의 경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전학을 시켜달라고 조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학교폭력 피해가 장기화되어 아이가 무력감이나 우울감에 빠지게 되면 식욕이 없어지고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악몽을 꾸기도 한다.

반대로 가해 학생들은 평소 부쩍 화를 잘내고 말투가 거칠어진다. 일반적으로 귀가 시간이 늦어지거나 값비싼 물건을 선물받았다며 갖고 다니는 일이 생긴다.

만약 우리 아이가 이런 징후를 보인다면 먼저 대화를 통해 무슨 일이 있는지 침착하게 들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인근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으면 심리검사 등의 도구를 이용해 아이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행동치료, 인지치료 등 아이의 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청소년 자살의 경우 대부분 우울감을 수반하는데, 이럴 때는 적절한 약물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

설사 신체적으로 큰 상처는 없다 하더라도 정신건강과 관련된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나 공황장애 같은 2차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가해 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보았더니 상당수가 뇌의 앞쪽 전두엽이 관할하는 공감 기능이 저하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학생들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표정을 봐도 아무 반응이 없고, 심지어 슬픔이나 기쁨 등의 감정을 읽지도 못한다. 초기 사춘기 아이들의 뇌는 외부 자극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더불어 학업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적극 개발돼야 한다.

이동수 <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