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벌여온 차세대 TV 주도권 경쟁이 국내 대기업 간 초유의 기술 유출 사건으로 비화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제조 기술을 경쟁사 LG디스플레이(LGD)와 중국 업체로 빼돌리려 한 조모씨(46)를 비롯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전·현직 연구원 6명과 기술을 넘겨받은 LG디스플레이 임직원 5명 등 모두 11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발표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나머지 10명은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0년 8월 헤드헌팅사로부터 동료 연구원 5명과 함께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면 임원급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에 위장취업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로부터 1억9000만원을 받고 OLED TV 관련 자료를 넘겨줬다. 조씨는 LG디스플레이에 임원으로 입사하는 게 무산되자 2011년 12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로 이 기술을 유출하려다 검거됐다.

SMD는 이번 기술 유출로 OLED TV 시장 3분의 1을 잠식당해 피해 규모가 5년간 최소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SMD는 LG디스플레이 측에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최고경영진의 사과를 촉구한다”며 “부당하게 스카우트한 인력을 퇴사 조치하는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도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LG디스플레이는 “SMD의 어떤 기술 정보도 필요로 하지 않고 입수한 적도 없다”며 “기술을 가져올 목적으로 인력을 유인했다는 것은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오는 7월 런던올림픽 개막에 앞서 OLED TV를 먼저 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 OLED TV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사용해 만든 차세대 TV.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LCD(액정표시장치) TV보다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