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됐음에도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와 '브라운 전동칫솔', '테팔 전기다리미' 등 수입상품들의 가격은 이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관세가 인하됐는데도 수입제품들의 판매가격이 그대로라는 문제제기를 받고 신세계백화점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5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발렌타인 위스키의 관세는 종전 20%에서 15%로 5% 인하됐지만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의 판매가격은 14만5000원으로 그대로였다.

또 공산품의 경우 기존 8%의 관세가 철폐됐는데도 브라운 전동칫솔(모델명 MD20, 14만9000원)과 테팔 전기다리미(모델명 FV5350, 11만2800원), 휘슬러 후라이팬(모델명 프리미엄알룩스 26cm, 17만5000원)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필립스 면도기(모델명 RQ1250)는 27만1200원에서 26만2500원으로 3%, 미국산 키친에이드 냉장고(모델명 KSBS25IVSS)는 550만원에서 520만원으로 5% 내리는 데 그쳤다. 약 50%의 관세가 철폐된 미국산 웰치스 오렌지·포도주스(160㎖)의 가격 역시 1000원으로 FTA 발효 전과 같았다.

반면 FTA 발효 후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품목은 미국산 오렌지와 아몬드, 호두 등 식품류였다. 개당 1480원에 판매되던 오렌지의 가격은 1100원(25% 인하)으로, 100g당 2400원이던 아몬드는 2160원(10% 인하)으로 조정했다. 호두 가격은 100g당 3000원에서 2760원(8% 인하)으로 내렸다.

한편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가격 점검을 위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식품, 주류, 생활가전제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FTA로 인한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후생 증대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인기 많은 고급 제품 수입업체들이 관세 인하분을 내부 이익으로 흡수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