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사모펀드(PEF)의 전문성을 높여가며 이를 성장 전략으로 활용해 왔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바이아웃펀드가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가 활성화됐다. GM, IBM, 듀폰 등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는 투자자산 중 PEF 투자 비중은 10~15%에 이른다. 연기금(5~15%), 학교 재단(15~22%) 등과도 비슷한 수준의 운영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의 PEF 운용 방식은 직접 조성과 간접 투자 방식으로 나뉜다. 직접 조성은 해당 산업에 대한 사업 경험이나 지식이 뛰어난 기업이 직접 PEF를 조성해 투자하는 형태다.

농산물 종합 기업인 미국 몬산토는 1970년대에 에머슨 일렉트릭과 이노벤이라는 PEF를 만들어 바이오와 제약, 생활과학 분야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기업이던 몬산토는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했다. 연구·개발(R&D) 투자 리스크가 높은 사업 분야에서 PEF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고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키아는 10억유로를 보유하고 있는 노키아 그로스 파트너스라는 펀드를 직접 설립했다. 이를 통해 나오는 수익은 노키아 전체 매출의 2%에 이른다. 릴라이언스나 타타처럼 M&A로 성장한 인도의 글로벌 기업들 역시 각각 릴라이언스 에쿼트 어드바이저나 타타캐피털을 통해 모기업의 업종과 무관하게 글로벌 PEF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간접 투자는 기업이 특정 펀드에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하거나 해당 기업이 설립한 펀드를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 형식으로 이뤄진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150여개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면서 40여개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지멘스 벤처캐피털이 대표적인 예다.

7억달러 규모의 PEF에 참여 중인 세계적 네트워크 장비기업 시스코는 해외 직접 투자와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알마즈 캐피털 러시아 펀드에 3000만달러를 투입하기도 했고 2009년엔 한국의 IT전문 PEF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에도 투자했다.

유시화 SK증권 PE본부장은 “해외 PEF들은 단순 지분 참여뿐 아니라 경영권 인수를 통한 성공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며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성공스토리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PEF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벤처펀드, CRC(기업구조조정)펀드 등 투자회사들이 PEF 초기 단계의 운용 노하우를 쌓으며 글로벌 PEF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