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심지어 저희가 정비·수리해 전투기를 납품하는 미군 장교도 '대한항공은 서비스가 좋다'고 칭찬할 정도니까요."(최준철 대한항공 항공우주산업본부장)

대한항공을 승객와 화물을 실어나르는 정도의 회사로만 여겼던 기자들에게 최 본부장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만큼 대한항공은 일반적으로 비행기 회사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1976년부터 30년이 넘는 항공기 구조물을 제작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산업본부의 사업영역은 B787, B747-8, A350, A320 등 민항기 구조물부터 한국군 및 미군 군용기 정비 그리고 항공사 항공기 정비까지 다양했다. 무인기 개발과 위성 사업 등 항공우주제조 사업까지 분야는 넘나들었다.

항공우주산업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다. 그만큼 공개도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이 지난달 30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있는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를 개방했다. 그동안 보안 상의 문제로 일부 과정만 공개됐었지만 이번 공개에는 10여명의 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대한항공이 제작하는 항공기의 모습과 연구·개발, 창정비, 페인팅 과정 등이 낱낱이 공개됐다.

◆대한항공 테크센터, 30여년 만에 기자단에 첫공개…공장 부지만 20만㎡

대한항공의 '테크센터'는 부지만도 20만㎡에 달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차를 이용해야만 이동할 수 정도로 큰 규모였다. 브리핑을 듣고 제작 과정을 둘러본 시간만도 3시간을 훌쩍 넘었다. 그마나도 반 정도를 본 수준이니 그 규모를 짐작케 했다.

근무하는 직원만도 약 2700명이다. 지난해 133명 충원한 데 이어 올해 두배 이상 늘린 280여명을 채용했다고. 생산량이 급격히 늘면서 생산 인력 또한 늘리는 추세였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세계 양대 민항기 제작사인 보잉사, 에어버스사를 비롯해 브라질 엠브레어사 등의 항공기 국제공동개발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공동개발 참여 기종으로는 B787, B747-8, A320, A350, ERJ170/190 등이 있다. B787, A320, A350 구조물은 대한항공이 설계에서 개발, 제작, 시험 및 인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 그만큼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대한항공이 수출에 나선 시기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항공기 제조 산업은 군수 분야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500MD 헬기 1호기(1977년), F-5 전투기 1호기(1982년) 등을 출고했다. 그러나 군수 분야는 장기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 채 후속사업이 펼쳐지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1980년대 들어 항공기 구조물을 수출하는 시장을 개척하는데 나섰다.

1986년 민항기 구조물 사업에 착수하면서 대한항공은 항공기 제작에 있어서도 '수출길'을 열게 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무궁화 1호 위성을 비롯해 미군 F-16 창정비 1호기를 출고하는 등 위성사업과 해외 군수사업까지 그 점위를 확대하게 된다. 무엇보다 2000년 들어 그 빛을 발하게 됐다.

미국 보잉사로 부터 전 세계 수만개에 달하는 보잉사의 협력업체 중 구조물, 전기, 전자 등 10개 분야에 걸쳐 각 분야별 최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차세대 주력기종인 B787 드림라이너(Dreamliner) 항공기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2006년에는 설계, 개발, 제조, 시험 등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나게 됐다.

◆美 보잉사와 B787 개발에 참여…6개 분야에 제작·납품

대한항공은 B787 국제공동개발 사업을 위해 8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후방동체, 날개 구조물 등 6개 분야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B787 차세대 항공기 구조물 수출사업은 2005년 시작하여 2011년까지 총 70대 분량을 납품했다. 2015년까지 수출량이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에어버스사가 개발중인 A350 차세대 항공기 전후방 화물용 출입구 도어를 비롯해 A320 샤크렛(Sharklet) 개발 사업을 추진중이다. A350 화물용 도어(Cargo Door) 및 A320 샤크렛(Sharklet) 생산 사업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올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난 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2015년에는 민항기 구조물 제작에서만 6000억원의 매출은 물론 전체 1조원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전체 매출중 민항기 구조물 제작 수출사업이 차지 하는 비중은 43%에 달했다. 올해부터 A350, A320 항공기 구조물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는 60%대로 대폭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그는 "20개 국내 임가공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B787, B747-8 등 항공기 구조물 복합소재 가공, 부분품 조립 물량 일감을 내년까지 현재보다 3배 이상 늘리겠다"며 "생산기술 전수 교육 등 협력업체와 상생 발전을 위한 노력도 활발히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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