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9일 만에 반등했다.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 등장 등으로 8일 연속 하락했던 코스닥지수는 30일 1.04%(5.35포인트) 상승한 519.56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코스닥지수는 3년째 500선에 갇혀 있다. 550선을 뚫기도 버거워 보인다. 12년 만에 3000선을 돌파하며 제2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미국 나스닥지수와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한 새로운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한계기업 속출과 테마주 기승→신뢰 추락→투자자 외면’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어 코스닥시장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고 분석한다. ‘개인들의 투기장’이라는 오명을 씻을 만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도주 명맥 끊기면서 코스닥 추락

2000년 초 코스닥시장은 닷컴 인터넷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기업 위주의 첨단벤처시장으로 부상하며 나스닥시장에 비교되곤 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아니다. 비교가 무색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성장 주도주’의 출현 여부가 두 시장의 운명을 갈랐다고 분석한다. 나스닥은 전통적 기술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등이 터줏대감 입지를 굳건히 하는 가운데 애플과 구글 등의 신성장주가 합류해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반면 코스닥은 버블(거품)이 붕괴되면서 수많은 IT 종목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일부 남은 우량주는 유가증권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테마주만 난무하는 한계시장으로 전락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영속성보다 단순히 종목을 사고파는 투기시장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은 ‘인큐베이터’, 코스닥은?

2000년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5개는 지금도 시총 10위 안에 들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오라클 인텔 퀄컴 시스코시스템스 등이다. 이후 애플(1위) 구글(3위) 보다폰그룹(6위) 아메리카 모빌(9위) 아마존닷컴(10위) 등이 합류했다.

코스닥시장은 다르다. 2000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다음(3위)이 유일하다. 한글과컴퓨터 SBS 정도가 코스닥 상장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총 10위권에선 밀려났다. 나스닥은 새로운 강자가 합류하면서 더 강해진 반면 코스닥은 갈수록 쪼그라들었다고 할 수 있다.

상장 기업 수는 정반대다. 나스닥 상장 기업은 2000년 4734개에서 지난 29일 현재 2666개로 줄었다. 반면 코스닥 상장 기업은 604개에서 1031개로 늘었다. 나스닥이 퇴출 창구를 넓혀 우량 기업의 ‘인큐베이팅’을 강화한 데 비해 코스닥은 한계기업의 생존을 연장시키는 ‘링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개인들의 ‘투기판’으로 변질

코스닥시장의 개인 거래 비중은 2000년 이후 92~94%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2% 남짓에 불과하다. 개인 비중이 높다 보니 회전율(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것)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회전율은 591.37%로 유가증권시장(256.98%)의 2.3배에 달했다.

지난해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종목은 대부분 실적과 무관한 ‘정치 테마주’들이었다. 테마주의 기승은 결국 개인투자자의 손실로 귀결된다. 이는 시장의 신뢰를 더 떨어뜨린다. 이래저래 꽉 막힌 코스닥시장이다.

안상미/송종현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