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치는 위치 맘대로…천장 포함 6면 이용
라켓볼의 가장 큰 매력은 예측불허의 볼 움직임. 스쿼시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6면을 다 사용할 수 있고, 공의 탄성이 커 운동량도 많은 종목이다. 라켓볼을 배우기 위해 30일 서울 반포동 서초YMCA를 찾았다.
우선 라켓부터 달랐다. 테니스 라켓보다 작은 53㎝ 길이로 손잡이 부분은 짧고 공이 맞는 면적은 넓은 형태. 손목 끈이 달려 있어 경기도중 놓치지 않도록 돼 있다. 처음 접해본 사람들에겐 특이한 느낌을 준다. 공은 파란색으로 스쿼시용보다 탄성이 강하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얌체공’ 같다.
경기를 펼칠 코트는 너비 6.1m, 길이 12.2m, 높이 6.1m의 직육면체. 문을 열고 코트 안에 들어서니 선수가 된 듯하다.
경기룰에서 스쿼시와 다른 점은 공을 칠 수 있는 위치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스쿼시는 앞벽을 향해 볼을 칠 때 지면에서 48㎝ 이상 4.5m 이하 부분만 맞춰야 한다. 천장을 맞춰서도 안된다. 하지만 라켓볼은 6면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높이 제한도 없다. 스윙한 볼이 앞벽을 한 번만 맞으면 어느 벽을 찍고 나오든 유효한 공격으로 인정된다. 탄성이 높은 볼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숙련자는 앞벽의 낮은 부분으로 강하게 공을 쳐 상대방을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킬샷’을 구사할 수 있다.
테니스나 탁구 등 라켓을 이용하는 다른 종목과 비슷하게 포핸드샷, 백핸드샷 연습부터 시작했다. 라켓을 어깨 위에서 허리 높이로 내려치며 볼에 임팩트를 가하면서 동시에 스냅을 준다. 폴로스윙은 왼쪽 허리쪽으로 마무리. 100여개를 연습하고 나니 스윙에 힘이 들어갔다. 볼도 탄력을 더 받았다.
라켓볼의 특이한 점은 뒷벽을 맞고 나오는 볼을 앞으로 밀어치는 백월샷이란 기술이었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서만 스윙하던 것과 차원이 달랐다. 1일강사로 나선 조지연 강사는 “몸 뒤로 넘어가 뒷벽을 맞고 앞으로 나오는 공을 빨리 쫓아가 정확하게 임팩트를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본 스윙을 배운 뒤 연습게임을 시작했다. 살살 봐준다고 했지만 볼을 따라가느라 넓은 코트를 뛰어다니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20여분의 연습경기를 마쳤을 땐 반팔과 반바지가 땀에 흠뻑 젖었고 얼굴도 벌게졌다. 라켓볼을 1시간 치면 700~800㎉의 열량이 소비된다.
라켓볼 동호인은 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신승하 대한라켓볼협회 사무과장은 “숙련된 일반인이 치는 볼은 시속 170~200㎞에 달해 순발력과 체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삼성 라이온스 선수들도 라켓볼의 장점을 이용한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라켓볼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서초YMCA를 비롯해 금천구민문화체육센터, 코오롱스포렉스(서초동), 스포타임(양재동), 안양청소년수련관 등이 있다. 장비도 비교적 저렴해 초보자도 20만원이면 라켓과 전용 신발, 고글, 장갑 등을 모두 준비할 수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