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박이 다시 '뮤지션 유진박'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길 바랍니다."

최근 한경닷컴이 주최한 단독 콘서트 '점프(JUMP)'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전 소속사와의 계약 갈등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던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준 현 소속사 엄덕영 스마프프러덕션 대표(사진)는 "과거의 일로 유진박의 음악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고 말을 꺼냈다.

지난 29일 서울 청담동 비하이브에서 한경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엄 대표는 "그저 과거의 상처를 딛고 회복해 나가는 한 뮤지션으로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진박과 함께한 1년여의 시간이 생애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있는 시간이었다는 그는 가슴 속에 담아둔 이야기가 많은 듯 했다. 엄 대표는 뮤지션을 길러내는 프러덕션 대표이자 국악과 월드뮤직이 전문인 공연 연출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진박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유진박의 팬들을 통해 만남이 이뤄졌다. 2010년 말 겨울 서래마을 한 까페에서 처음 만났다. 그간의 상처 때문인지 음악계 사람인 나를 경계하는 눈빛이었고 결국 몇 마디 못하고 헤어졌다. 마음이 아팠다. 음악을 하는 동료이자 친구인데 그가 그렇게 된 것은 우리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함께 음악 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여전히 좋은 사람, 좋은 음악인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국악을 전문으로 해왔기에 때문에 유진박과 음악 분야가 달라 부담감도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몇 번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우리 음악에도 관심이 많고 국악 협연 공연을 한 경험이 있어 같이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 4월 정식계약을 했고 5월4일 본격적으로 '유진박 회복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 '유진박 회복 프로젝트'에 대해 듣고 싶다.

"유진박은 20대 초반 한국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데뷔했다.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끌려 다니기만 했다. 그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음악 찾기'였다. 바이올린 연습보다는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좋은 동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내게 경계심을 갖던 그도 많은 대화를 통해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벽이 허물어졌다. 동료들도 회복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했다. 따듯하게 유진박에게 먼저 다가가주고 악기를 통해 교류하며 친해졌다. 지금은 자신의 음악을 찾았고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주변 동료들과도 금방 친해진다."

성균관대 공연에서 멋진 외모를 보여줬다.

"전성기에 비해 살이 많이 불었던 게 사실이다. 예술가는 외모도 중요한 만큼 다이어트를 위해 함께 노력했다. 100분 정도의 콘서트에서 밴드를 리드해 나가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유진박도 방송 출연에 대한 욕심이 있어 다이어트를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본인의 의지가 대단했다. 스스로 식사량도 조절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2달 만에 13Kg을 감량했다. 지금도 틈틈이 체력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3번 정도 운동을 하고 있다."

▶ 유진박을 프로듀싱하면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초기에 이상한 곳에서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당연히 거절했지만 마음이 아팠다. 유진박과 협업하는 동료들도 기운이 빠졌다. 지금은 거의 안 들어오지만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런 섭외가 들어오면 찬물을 끼얹은 느낌이었다.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었다. 주위의 편견과 대중의 차가운 시선도 힘들었다."

유진박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이 많은데.

"유진박을 처음 맡았을 때 음악업계에선 모두 안될거라고 말했다. 공연을 다닐 때도 사람들은 '저 사람이 혹시 그 나쁜 매니저인가? 유진박 불쌍하다' 는 식으로 이상한 시선을 보냈다. 언론에서 유진박에 대해 자극적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작은 프로덕션의 한계를 절감했다. 대중들은 호기심이 있지만 유진박과 그의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힘든 일이다. 그럴 때마다 팬들은 대표인 나에게 항의를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유진박과 음악적인 면에서 충돌한 적은 없었나.

"처음 밴드와 협업할 때 힘들었다. 유진박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나를 따르라' 식이었다. 그 때 '협업이 돼야 네 음악도 잘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재' 소리만 들어왔으니 책임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 과거의 상처 탓인지 음악적인 부분에선 아무도 믿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역시 잘하는 친구라 지적하면 바로 고쳤고 금방 어우러졌다. 이제는 협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낸다."

▶ 공연도 잘 마쳤고 방송출연도 했다. 유진박 회복프로젝트는 완성된 것인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프로젝트에 스스로 점수를 매기자면 70점 정도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공연 레퍼토리를 더 늘려야 한다. '이건 유진박 밖에 못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장르를 더 많이 소화해 내야 한다. 기존의 뮤지션 외에 새로운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예전 실력을 찾으려면 다양한 재능 있는 가수들과 함께 작업해 보는 것이 좋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수명이 긴 뮤지션으로 발전하기 위해 행사보다 콘서트를 많이 할 방침이다. 5월에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와의 협력으로 고급스런 공연을 계획 중이다. 유진박을 맡고 나서 제일 보람된 것 중 하나가 서울에서 제대로 된 공연을 열었다는 것이다. 방송 일정도 잡혀있다. KBS 2TV 굿모닝 대한민국에 맛집을 돌아다니는 코너의 고정 출연을 맡았다. 가능한 '뮤지션 유진박'의 이미지를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음악방송에도 많이 나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데뷔 무대였던 열린음악회에 다시 출연해 회복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했으면 좋겠다."

▶ 1년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유진박은 어떤 사람인가.

"의리있고 순수한 친구다. 무대에 올라 연주 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중적 매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여성팬이 많은가 보다. 가끔 진짜 질투 날 때도 있다. 하지만 평생 음악만 한 친구라 그 이외의 많은 것들이 아직 서툴다. 유진박과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데 요즘에는 뭐든 스스로 하게끔 한다. 홀로서기가 필요한 것 같아 일부러 개인 시간을 많이 갖게 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필요한 친구이기도 하다. 좋은 가정을 꾸려 안정적으로 음악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선 유진박에게 너무 고맙다. 회복 단계에 이르기까지 11개월이 걸렸다. 음악업계에선 이렇게 빨리 회복한 것에 대해 놀라고 있다. 아무리 코치가 뛰어날지라도 뮤지션의 의지와 노력 없이는 힘든 것이다. 아내와 주변 동료들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다. 유진박 하나를 위해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나도 11개월 동안 주말에 제대로 한번 쉬지도 못했다. 아내가 유산했을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것이 제일 미안하다. 옛날 명성을 하루아침에 찾아주진 못하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팬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한경닷컴 김소정 인턴기자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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