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봄의 손목을 잡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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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에든버러행 기차를 탔을 때의 일이다. 출발 전 지도책을 펼쳐놓고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남과 북을 종주하는 달콤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차창 밖으로 잉글랜드는 물론 스코틀랜드의 정취도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가슴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출발을 알리는 기적소리와 함께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놀랍게도 차창 밖 풍경은 시종일관 일그러진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뭐 그리 급한지 산이며 강이며 허둥지둥 줄달음치며 사라지는 게 아닌가. 고속열차를 탄 게 문제였다. 숲이며 집이며 팝업창처럼 갑자기 나타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려한 과욕의 대가였다.
자연은 천천히 관조하는 자에게만 자신의 아름다운 얘기를 들려준다. 완행열차를 타고 부드럽고 넉넉한 미소로 그를 응대했어야 했다. 자연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협궤열차라면 더욱 좋았으리라.
바야흐로 봄기운이 완연하다. 차창 밖으로 꽃 마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기지개 켜는 자연의 손목을 잡아보자.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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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기대는 출발을 알리는 기적소리와 함께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놀랍게도 차창 밖 풍경은 시종일관 일그러진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뭐 그리 급한지 산이며 강이며 허둥지둥 줄달음치며 사라지는 게 아닌가. 고속열차를 탄 게 문제였다. 숲이며 집이며 팝업창처럼 갑자기 나타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려한 과욕의 대가였다.
자연은 천천히 관조하는 자에게만 자신의 아름다운 얘기를 들려준다. 완행열차를 타고 부드럽고 넉넉한 미소로 그를 응대했어야 했다. 자연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협궤열차라면 더욱 좋았으리라.
바야흐로 봄기운이 완연하다. 차창 밖으로 꽃 마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기지개 켜는 자연의 손목을 잡아보자.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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