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이키·스타벅스…상품 아닌 '문화' 를 팔다
나이키 제품을 볼 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는가. 왜 나이키 로고를 보면 소유하고 싶어지는가. 기능이 뛰어나서? 발과 몸이 편하기 때문에? 그보다 더 알맞은 답은 따로 있다는 게《컬트가 되라》저자들의 생각이다. 나이키 제품만큼 성능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경쟁사는 많다. 하지만 나이키에는 그들과 다른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나이키는 제품 혁신이 아니라 ‘문화 혁신’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나이키의 성공에 대해 많은 걸 설명해준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인들은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맞이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안락한 삶과 복지 혜택을 안겨주던 체제는 먼 기억이 됐다. 미국 기업들은 효율성 측면에서 진화를 거듭했고 이와 동시에 노동자에 대한 보호망은 점점 약해졌다. 스포츠 용어로 말하면, 미국 노동자들은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책마을] 나이키·스타벅스…상품 아닌 '문화' 를 팔다
나이키는 이 흐름을 읽었다. 나이키는 새로운 사회에서 ‘혼자만의 투혼’이라는 이념을 발견했고 여기서 미국인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뽑아냈다. 새로운 환경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만의 경기를 시작하라는 것.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할 수 있다는 것. 이제는 행동할 시간이라는 것.

나이키의 이념에 사람들은 동화됐다. ‘홀로 남은’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였던 사람들은 앞다퉈 나이키 제품을 샀다. 하지만 그들은 기능이 뛰어난 제품을 산 게 아니다. 이념을 구입한 후 뛰어난 기능으로 자신의 이념적 구매행위를 정당화했다.

[책마을] 나이키·스타벅스…상품 아닌 '문화' 를 팔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 스타벅스를 성공시킨 하워드 슐츠는 그저 미국인들에게 ‘진짜 커피’를 맛보게 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커피에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교양’을 주입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1980년대 말 미국사회에는 ‘문화자본집단’이 출현했다. 이들은 기존보다 더 세련되고 우아한 제품과 서비스를 원했다. 스타벅스는 이 점에 주목해 커피에다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세련된 교양’이라는 이념을 불어넣었고, 그 이념으로 가득찬 매장을 설계했다. 더 나은 문화를 원하는 새로운 계층은 열광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말하고 싶은 건,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제목 그대로 ‘문화가 되라’는 것이다. 더 나은 기능, 더 나은 이미지를 위한 상투적인 노력은 모든 기업들이 하는 일이다. 나이키나 스타벅스처럼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려면 ‘이념’을 불어넣어야 하고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사회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들린다. 나이키와 스타벅스의 성공은 위에서 보듯 사회적 변화를 기민하게 포착한 데에서 비롯했다. 다른 브랜드도 그렇다. ‘비타민워터’는 실제로는 함유된 설탕의 총량이 코카콜라와 같음에도 미국사회의 거센 ‘웰빙 바람’을 타고 큰 성공을 거뒀다. 위스키 ‘잭다니엘’과 담배 ‘말보로’는 제품에 반항적 노동자의 개척정신이라는 미국적 문화를 주입해 사람들을 자극했다.

저자들은 연구뿐 아니라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에 실질적인 조언도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들이 만들어낸 문화 혁신인 클리어블루 임신진단시약, 팻 타이어 맥주, 퓨즈 뮤직 텔레비전, 프리랜서 노동조합 등의 사례가 담겨 있다. 문화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혁신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함정인 관료제와 마케팅을 기계적인 과학으로 만드는 ‘유사과학 마케팅’이 그것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