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 '모세의 기적' 열리는 길,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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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 '섬 속의 섬' 소야도
숲속 오솔길…기암괴석 해안…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빠져 낭만 트레킹
숲속 오솔길…기암괴석 해안…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빠져 낭만 트레킹
봄이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기지개를 편다. 땅도 기지개를 켜며 봄기운을 내뿜는다. 봄을 만나러 그 섬으로 떠나고 싶다. 그런데 섬 여행은 녹록지 않다. 배를 이용해야 하고 일정도 1박 이상은 돼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소야도는 최적의 섬 트레킹 장소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도의 부속 섬인 소야도는 수도권에서 가기가 비교적 수월한 데다 최상의 아름다움까지 갖췄다.
소야도는 3.03㎢의 작은 섬이다. 섬의 최고봉(국사봉)이 156m인 작고 낮은 섬. 하지만 소야도는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오랜 역사를 지닌 섬이다. 주변 해역의 어자원이 풍부해 한때 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지금보다 몇 배나 많은 주민이 살았을 만큼 번창했던 때도 있었다. 마을 뒤편의 흉물스런 폐가로 남아 있는 꽤 큰 성당을 보면 당시 이곳이 얼마나 번창했는지 짐작케 한다. 성당은 100명 이상이 족히 앉을 만한 규모다. 그러나 지금은 90여가구 200여명의 주민만 남아 있다.
보통 주변에 유명 관광지가 있으면 그곳에 가려 정작 알토란 같은 장소를 지나치기 십상인데 소야도가 그런 곳이다. 대개 이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 역시 익히 알려진 덕적도를 먼저 찾는다. 소야도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고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큰 매력이다. 선착장에서 시작해 국사봉, 죽노골을 지나는 숲속 트레킹은 이곳이 과연 섬 속의 오솔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남미의 정글을 트레킹하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숲이 울창하다. 여름 휴가철을 빼면 거의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어서 좀 힘이 들어도 섬 내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순환버스를 타는 대신 숲속 트레킹을 해보면 넘치는 보상을 받게 된다.
선착장에서 1㎞의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니 오른쪽 국사봉 방향의 등산로를 만난다. 포장도로라고 해도 섬 내 차량이 많지 않아 등산로까지 걷는 내내 단 한 대의 차도 구경할 수 없다. 등산로 초입에 경사가 다소 가파른 나무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오르면 본격적인 섬 트레킹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이 끝나자마자 문명과 단절된 숲속 오솔길을 만난다. 섬의 규모에 비해 훨씬 울창하고 빼곡한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섬 트레킹의 최대 장점은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에 빠져 지루할 틈마저 없다는 것. 소야도의 섬 트레킹 역시 원시림의 빼곡한 숲을 걷는 동안 곳곳에서 만나는 기암괴석 해안과 더러는 아찔한 절벽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절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대개 서해라면 황해 특유의 탁한 물빛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 바다는 뻘보다 암초나 모래로 이뤄진 곳이 많아 탁하지 않다. 소야도에선 간조 때에도 드넓은 뻘밭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느릿하게 두어 시간 걷다 보니 숲길이 끝나면서 소야도의 해변 중 하나인 떼부루 해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떼부루 해변은 700여m의 고운 모래사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양쪽의 기암절벽과 맑고 깨끗한 바다색이 트레킹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해무낀 해안은 '몽환적'…먼 발치 동죽캐는 아낙네 웃음소리…
소야도 풍광의 白眉… 가섬·물푸레섬에서
파도소리 자장가 삼아…떼부루 해변의 야영 '황홀'
○백사장 700m…그림 같은 떼부루 해변
이곳 떼부루 해변의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여기 해변은 모래사장과 울창한 송림으로 이뤄져 있는데 송림 한쪽에 시설 좋은 야영장이 있어 야영하기에 더없이 좋다. 하절기에 운영하는 샤워장은 현재 닫혀 있지만 깨끗한 현대식 화장실과 시설 좋은 취사장도 야영장 옆에 갖추고 있다. 야영장과 솔숲 사이에는 여러 개의 통나무 정자가 곳곳에 있어 방문자들이 사용하기 좋다. 텐트 속에서 울창한 송림 사이로 맑고 시원한 바다를 보고, 밤새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룻밤 쉬기에 부족함이 없는 야영장이 더없이 반갑다. 이곳에 텐트를 쳐 자리를 잡고 남은 섬 트레킹을 위해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떠나본다.
해변을 떠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잠시 걸으니 소야도의 가장 큰 마을인 소야리마을이다. 한눈에 봐도 꽤 많은 주택들이 들어차 마을을 형성하고 있으나 왠지 분위기가 썰렁하다. 마침 집앞에 나와 계시는 마을 어르신께 여쭤보니 많은 이들이 덕적도나 육지로 떠나고 남아 있는 주민이 몇 안된다고 한다. 사람 사는 집보다 주인없는 빈집이 더 많다니 쓸쓸함과 아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소야도의 백미, 가섬과 물푸레섬
씁쓸히 마을을 뒤로하고 바닷가로 나오자 마을 왼편의 가까운 바다에 이어질듯 말듯 자갈길이 이어진 작지만 무척 아름다운 두 개의 섬이 보인다. 앞에 있는 것은 가섬이고 뒤에는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물푸레섬이다. 그림엽서에나 나옴 직한 작은 해변도 있고 섬 가운데 울창한 나무들도 있는 앙증맞도록 아름다운 이 두 섬은 썰물 때 길이 드러나 서로 연결된다. 한 개의 섬이 썰물 때 연결이 되는 곳은 더러 볼 수 있지만 이렇듯 2개의 섬이 징검다리처럼 연결되는 건 흔히 볼 수 없는 곳이라 더욱 인상깊다.
이미 밀물이 시작돼 멀리 물푸레섬까지의 길이 잠기기 시작했다. 가까운 가섬까지는 서둘러 다녀왔는데 곧 돌아가지 않으면 앞으로 한나절은 갇혀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가섬의 아름다움이 더욱 깊이 기억될 것 같다.
가섬과 물푸레섬은 소야도의 아름다운 풍광 중에서도 백미다. 그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떼부루해수욕장으로 돌아오니 이른 봄 특유의 해무가 잔뜩 끼어 아름다운 해안을 몽환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짙은 해무 속 먼발치에서 몇몇 사람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보여 달려가니 마을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바지락보다 좀 크고 모시조개와 흡사한 동죽이다.
밀물이 들어차 마음이 급한지 연신 호미 끝으로 동죽을 캐고 있는 사람들에게 “팔려고 캐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니 이곳에 살 사람이 어디 있어서 장사를 하느냐?”고 되묻는다. 신기하고 재미도 있어 졸졸 따라다니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눴더니 애써 캔 조개를 한 웅큼이나 쥐어준다. 많은 주민들이 떠나 황량하고 쓸쓸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마을이지만 훈훈한 정과 인심은 예전 그대로다.
○자동차 경적소리가 낯선 풍경
다음날 아침, 야영장비를 정리해 배낭을 메고 이번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 포장길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한다. 바다가 안 보이니 섬이 아니라 평범한 농촌마을 같은 착각이 든다. 길 옆에 펼쳐진 논밭과 드문드문 보이는 농가들이 시간조차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느릿한 여행을 하는데 느닷없는 자동차 경적이 끼어든다. 이 섬에 들어온 후 처음 듣는 자동차 소리여서 돌아보니 섬의 유일한 대중교통인 마을 순환버스다. 젊고 잘생긴 운전기사가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면 타지 않겠느냐?”고 친절히 묻는다. 2009년 도입한 15인승 마을 순환버스는 선착장에서 소야리마을까지 하루 6회 운행한다.
버스기사의 친절한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뒤 느리게 걸었는데도 육지로 나가는 배의 출항시간보다 빨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뒤편의 ‘뒷장불’ 해안으로 내려가 섬 여행을 좀 더 즐긴다. 뒷장불 해안에서는 덕적도가 지척처럼 가깝게 보이고, 그 중간쯤의 바다에 그림 속 풍경 같은 빨간 등대가 아스라이 홀로 서 있다.
뒷장불 해안의 넓게 펼쳐진 바위등에 꽤나 큰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주민들도 별로 없고 찾는 이들도 별로 없는 곳이라 그런지 해안가 바위는 그야말로 굴 천지였다. 마침 출출하던 터라 라면이라도 끓여 점심을 해결하려던 내겐 횡재나 다름없었다. 잠깐 딴 굴이 코펠의 반이나 채웠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에 굴을 헹궈 라면에 넣고 끓이니 유명한 음식점의 굴짬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성찬이다.
이틀간의 소야도 여행은 작지만 다양했다. 원시림 같은 숲속 트레킹, 해변의 기암괴석, 해안의 기막힌 풍경, 섬마을의 흥망성쇄와 남은 주민들의 훈훈한 인심, 따뜻한 정에 자연이 준 선물로 배까지 든든히 채웠으니…. 색다른 곳에서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 여행자는 그래서 또 길을 나서게 된다.
소야도 가는 길
소야도로 가는 길은 인천의 연안부두와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할 경우 차량을 실을 수 없으므로 덕적도에 내려 소야도로 가는 종선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방아머리선착장에서는 하루 한 차례 페리선이 왕복하고 있어 차량을 실을 수 있고 덕적도에 가기 전 소야도에 내리므로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없다. 소야도까지는 편도운임 9000원이며 차량은 차종에 따라 운임이 다르다. 운항시간과 운임, 인터넷 예매는 대부해운 홈페이지(daebuhw.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야도는 작은 섬인 데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마을버스도 수시로 다니기 때문에 가급적 승용차를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승용차는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 인근 무료 주차장에 두고 가면 된다.
소야도에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가게가 없으므로 필요한 먹거리와 용품 등은 가져가야 한다. 민박이나 야영 등 자세한 내용은 소야리 마을 이장(032-831-6969)에게 문의하면 된다.
황훈 여행작가(다음카페 ‘백패킹하는 사람들’ 운영자)
소야도는 3.03㎢의 작은 섬이다. 섬의 최고봉(국사봉)이 156m인 작고 낮은 섬. 하지만 소야도는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오랜 역사를 지닌 섬이다. 주변 해역의 어자원이 풍부해 한때 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지금보다 몇 배나 많은 주민이 살았을 만큼 번창했던 때도 있었다. 마을 뒤편의 흉물스런 폐가로 남아 있는 꽤 큰 성당을 보면 당시 이곳이 얼마나 번창했는지 짐작케 한다. 성당은 100명 이상이 족히 앉을 만한 규모다. 그러나 지금은 90여가구 200여명의 주민만 남아 있다.
보통 주변에 유명 관광지가 있으면 그곳에 가려 정작 알토란 같은 장소를 지나치기 십상인데 소야도가 그런 곳이다. 대개 이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 역시 익히 알려진 덕적도를 먼저 찾는다. 소야도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고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큰 매력이다. 선착장에서 시작해 국사봉, 죽노골을 지나는 숲속 트레킹은 이곳이 과연 섬 속의 오솔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남미의 정글을 트레킹하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숲이 울창하다. 여름 휴가철을 빼면 거의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어서 좀 힘이 들어도 섬 내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순환버스를 타는 대신 숲속 트레킹을 해보면 넘치는 보상을 받게 된다.
선착장에서 1㎞의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니 오른쪽 국사봉 방향의 등산로를 만난다. 포장도로라고 해도 섬 내 차량이 많지 않아 등산로까지 걷는 내내 단 한 대의 차도 구경할 수 없다. 등산로 초입에 경사가 다소 가파른 나무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오르면 본격적인 섬 트레킹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이 끝나자마자 문명과 단절된 숲속 오솔길을 만난다. 섬의 규모에 비해 훨씬 울창하고 빼곡한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섬 트레킹의 최대 장점은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에 빠져 지루할 틈마저 없다는 것. 소야도의 섬 트레킹 역시 원시림의 빼곡한 숲을 걷는 동안 곳곳에서 만나는 기암괴석 해안과 더러는 아찔한 절벽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절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대개 서해라면 황해 특유의 탁한 물빛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 바다는 뻘보다 암초나 모래로 이뤄진 곳이 많아 탁하지 않다. 소야도에선 간조 때에도 드넓은 뻘밭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느릿하게 두어 시간 걷다 보니 숲길이 끝나면서 소야도의 해변 중 하나인 떼부루 해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떼부루 해변은 700여m의 고운 모래사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양쪽의 기암절벽과 맑고 깨끗한 바다색이 트레킹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해무낀 해안은 '몽환적'…먼 발치 동죽캐는 아낙네 웃음소리…
소야도 풍광의 白眉… 가섬·물푸레섬에서
파도소리 자장가 삼아…떼부루 해변의 야영 '황홀'
○백사장 700m…그림 같은 떼부루 해변
이곳 떼부루 해변의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여기 해변은 모래사장과 울창한 송림으로 이뤄져 있는데 송림 한쪽에 시설 좋은 야영장이 있어 야영하기에 더없이 좋다. 하절기에 운영하는 샤워장은 현재 닫혀 있지만 깨끗한 현대식 화장실과 시설 좋은 취사장도 야영장 옆에 갖추고 있다. 야영장과 솔숲 사이에는 여러 개의 통나무 정자가 곳곳에 있어 방문자들이 사용하기 좋다. 텐트 속에서 울창한 송림 사이로 맑고 시원한 바다를 보고, 밤새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룻밤 쉬기에 부족함이 없는 야영장이 더없이 반갑다. 이곳에 텐트를 쳐 자리를 잡고 남은 섬 트레킹을 위해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떠나본다.
해변을 떠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잠시 걸으니 소야도의 가장 큰 마을인 소야리마을이다. 한눈에 봐도 꽤 많은 주택들이 들어차 마을을 형성하고 있으나 왠지 분위기가 썰렁하다. 마침 집앞에 나와 계시는 마을 어르신께 여쭤보니 많은 이들이 덕적도나 육지로 떠나고 남아 있는 주민이 몇 안된다고 한다. 사람 사는 집보다 주인없는 빈집이 더 많다니 쓸쓸함과 아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소야도의 백미, 가섬과 물푸레섬
씁쓸히 마을을 뒤로하고 바닷가로 나오자 마을 왼편의 가까운 바다에 이어질듯 말듯 자갈길이 이어진 작지만 무척 아름다운 두 개의 섬이 보인다. 앞에 있는 것은 가섬이고 뒤에는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물푸레섬이다. 그림엽서에나 나옴 직한 작은 해변도 있고 섬 가운데 울창한 나무들도 있는 앙증맞도록 아름다운 이 두 섬은 썰물 때 길이 드러나 서로 연결된다. 한 개의 섬이 썰물 때 연결이 되는 곳은 더러 볼 수 있지만 이렇듯 2개의 섬이 징검다리처럼 연결되는 건 흔히 볼 수 없는 곳이라 더욱 인상깊다.
이미 밀물이 시작돼 멀리 물푸레섬까지의 길이 잠기기 시작했다. 가까운 가섬까지는 서둘러 다녀왔는데 곧 돌아가지 않으면 앞으로 한나절은 갇혀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가섬의 아름다움이 더욱 깊이 기억될 것 같다.
가섬과 물푸레섬은 소야도의 아름다운 풍광 중에서도 백미다. 그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떼부루해수욕장으로 돌아오니 이른 봄 특유의 해무가 잔뜩 끼어 아름다운 해안을 몽환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짙은 해무 속 먼발치에서 몇몇 사람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보여 달려가니 마을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바지락보다 좀 크고 모시조개와 흡사한 동죽이다.
밀물이 들어차 마음이 급한지 연신 호미 끝으로 동죽을 캐고 있는 사람들에게 “팔려고 캐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니 이곳에 살 사람이 어디 있어서 장사를 하느냐?”고 되묻는다. 신기하고 재미도 있어 졸졸 따라다니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눴더니 애써 캔 조개를 한 웅큼이나 쥐어준다. 많은 주민들이 떠나 황량하고 쓸쓸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마을이지만 훈훈한 정과 인심은 예전 그대로다.
○자동차 경적소리가 낯선 풍경
다음날 아침, 야영장비를 정리해 배낭을 메고 이번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 포장길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한다. 바다가 안 보이니 섬이 아니라 평범한 농촌마을 같은 착각이 든다. 길 옆에 펼쳐진 논밭과 드문드문 보이는 농가들이 시간조차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느릿한 여행을 하는데 느닷없는 자동차 경적이 끼어든다. 이 섬에 들어온 후 처음 듣는 자동차 소리여서 돌아보니 섬의 유일한 대중교통인 마을 순환버스다. 젊고 잘생긴 운전기사가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면 타지 않겠느냐?”고 친절히 묻는다. 2009년 도입한 15인승 마을 순환버스는 선착장에서 소야리마을까지 하루 6회 운행한다.
버스기사의 친절한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뒤 느리게 걸었는데도 육지로 나가는 배의 출항시간보다 빨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뒤편의 ‘뒷장불’ 해안으로 내려가 섬 여행을 좀 더 즐긴다. 뒷장불 해안에서는 덕적도가 지척처럼 가깝게 보이고, 그 중간쯤의 바다에 그림 속 풍경 같은 빨간 등대가 아스라이 홀로 서 있다.
뒷장불 해안의 넓게 펼쳐진 바위등에 꽤나 큰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주민들도 별로 없고 찾는 이들도 별로 없는 곳이라 그런지 해안가 바위는 그야말로 굴 천지였다. 마침 출출하던 터라 라면이라도 끓여 점심을 해결하려던 내겐 횡재나 다름없었다. 잠깐 딴 굴이 코펠의 반이나 채웠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에 굴을 헹궈 라면에 넣고 끓이니 유명한 음식점의 굴짬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성찬이다.
이틀간의 소야도 여행은 작지만 다양했다. 원시림 같은 숲속 트레킹, 해변의 기암괴석, 해안의 기막힌 풍경, 섬마을의 흥망성쇄와 남은 주민들의 훈훈한 인심, 따뜻한 정에 자연이 준 선물로 배까지 든든히 채웠으니…. 색다른 곳에서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 여행자는 그래서 또 길을 나서게 된다.
소야도 가는 길
소야도로 가는 길은 인천의 연안부두와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할 경우 차량을 실을 수 없으므로 덕적도에 내려 소야도로 가는 종선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방아머리선착장에서는 하루 한 차례 페리선이 왕복하고 있어 차량을 실을 수 있고 덕적도에 가기 전 소야도에 내리므로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없다. 소야도까지는 편도운임 9000원이며 차량은 차종에 따라 운임이 다르다. 운항시간과 운임, 인터넷 예매는 대부해운 홈페이지(daebuhw.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야도는 작은 섬인 데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마을버스도 수시로 다니기 때문에 가급적 승용차를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승용차는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 인근 무료 주차장에 두고 가면 된다.
소야도에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가게가 없으므로 필요한 먹거리와 용품 등은 가져가야 한다. 민박이나 야영 등 자세한 내용은 소야리 마을 이장(032-831-6969)에게 문의하면 된다.
황훈 여행작가(다음카페 ‘백패킹하는 사람들’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