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피아니스트 김선욱·분더의 열정과 도전

"베토벤 소나타 전 32곡 젊은 패기로 연주할게요"

피아니스트 김선욱(24)이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2년에 걸친 긴 여정이다. 첫 연주는 29일 LG아트센터에서 한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은 19세기 명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 아르투르 슈나벨, 빌헬름 켐프, 안드라스 시프 같은 거장들도 원숙한 경지에 오른 후에야 녹음했을 만큼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과제. 베토벤이 피아노 소나타 1번을 내놓았을 때와 같은 나이인 김선욱은 “부담은 있지만 아직 젊기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겠다”며 “어릴적부터 20대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할 것이란 꿈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욱은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곡보다 묵직하고 성숙한 독일 음악을 선보여왔다.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과 브람스 같은 고전적 작품에 매진했던 그는 이번 연주회에 대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11월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을 마지막으로 국내 연주활동을 접고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지휘 공부와 유럽 연주활동에 집중해왔다.

2003년 15세 때 금호아트홀에서 가졌던 첫 독주회와 2006년 리즈국제콩쿠르 최연소 1위 입상 당시에도 그는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했다. 2008년 안드라스 시프와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 제32번을 연주해 ‘별로 해줄 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2009년 스승인 김대진(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수원시향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다섯 곡 전곡을 하루에 완주하기도 했다.

첫 연주회에서 선보일 곡은 소나타 1번부터 4번까지. 베토벤의 음악적 생애에서 초기에 해당하는, 고전적 색채가 두드러진 곡들이다. 보통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가 유명한 곡과 덜 유명한 곡을 섞어 연주하는 것과 달리, 김선욱은 1번부터 32번까지 차례로 연주한다.

김선욱은 “베토벤 소나타는 곡 하나하나가 모두 보물과도 같은데 자주 연주되는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을 섞으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곡이 유명한 곡에 묻힐 수도 있다”며 “1번부터 차례로 모든 곡에 숨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선욱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는 LG아트센터에서 29일과 6월21일, 9월6일, 11월8일과 내년 4월18일, 6월20일, 9월14일, 11월21일에 열린다. (02)2005-0114

20대 피아니스트 김선욱·분더의 열정과 도전

"쇼팽은 혁명적 음악가 제 일생 프로젝트죠"

쇼팽이 태어난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쇼팽 연주자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이 대회에서 2010년 세 번이나 이름 불린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잉골프 분더다. 2등상과 특별상, 관객상까지 거머쥔 그는 2011년 1월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과 계약하고 같은 해 9월 ‘쇼팽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냈다.

절묘한 균형 감각과 차분한 곡 해석으로 2010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의 심사위원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잉골프 분더(27)가 처음 한국을 찾는다.

내달 10일과 1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1번 e단조, 리스트 초절기교연습곡 11번 ‘밤의 선율’ 등을 로열 스트링콰르텟과 협연한다. “한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어 아쉬웠고 빨리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쇼팽은 혁명적인 음악가이고, 피아노를 위한 완벽한 곡을 썼어요. 피아니스트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줘서 가장 어려운 작곡가이기도 하죠. 쇼팽 연주는 온몸으로 집중해 마지막 음까지 어떻게 소리낼지 계획해야 해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분더는 네 살 때 음악을 시작해 열네 살까지 바이올린 활을 잡았다. 열네 살 때 스승인 아담 하라셰비치가 피아노를 권유해 건반을 배운 것을 계기로 빈 콘체르트허바우 슈베르트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바이올린을 10년이나 연주하면서도 전문 연주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피아노는 배운 지 몇 달 되지 않아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강한 끌림을 느꼈어요. 참 신기한 일이죠.”

그는 지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버지니아, 밴쿠버에서 쇼팽 리사이틀을 가졌고, 올해엔 바르샤바, 텔아비브, 앙카라, 취리히, 바셀 등지에서 협연한다. 분더는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컴퓨터 게임하는 것을 즐긴다”며 “여행을 좋아하고 박물관, 갤러리도 자주 가는데 이 모든 경험이 연주에도 녹아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더는 쇼팽의 곡에 대해 균형잡힌 소리와 템포가 중요해 절대 과장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02)399-1114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