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엔 배신과 추한 거래뿐…킹 메이커, 선거의 계절에 딱!
영화 ‘킹 메이커’의 포스터는 두 얼굴을 반쪽씩 그려 하나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대선에 출마한 주지사 모리스(조지 클루니)와 그의 선거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이다. 그들이 종속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임을 시사한다. 모리스는 완강하게 거부했던 스티븐의 불합리한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조지 클루니가 주연하고 감독까지 맡은 이 영화는 좋은 말로 ‘타협의 산물’이라는 정치가 사실 추한 거래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주지사와 참모, 그 참모와 주지사의 정적(政敵), 정적의 참모들 간에 이뤄지는 거래 말이다.
언변이 뛰어난 미남 주지사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다. 스티븐의 홍보전략 덕분에 모리스는 경쟁자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 스티븐은 유능한 참모로 떠오르며 상대 진영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는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인턴 몰리(에번 레이철 우드)의 유혹으로 동침한다. 그러나 몰리에게 모리스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혼란에 빠진다.

등장인물들에게 의리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의리를 강조하던 스티븐의 상사는 스티븐의 실수를 핑계로 가멸차게 버린다. 스티븐을 유혹하던 상대편 참모도 그가 찾아갔을 때 말을 바꾼다. 동업자에 대한 작은 연민조차 없다. 대선 후보와 참모들 사이에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거래만 존재할 뿐이다.

모리스와 스티븐과 각각 동침한 뒤 버림받는 몰리는 이런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그녀는 대선 후보와 참모가 대등한 관계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소모품에 불과하다. 정치놀음에 엮인 일반인들의 말로도 비슷할 것이라고 영화는 암시한다.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두려움. 선거의 계절을 맞아 유권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4월19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