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2개 상장사가 정기주주총 연 23일 여기저기서 회사와 소액주주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주제안안은 모두 부결돼 이변은 없었다.

이날 10시에 시작된 삼천리의 제46기 정기주총은 1시간40여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강형국 소액주주 대표와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헌터홀투자자산운용이 제안한 주당 1만원 현금배당, 사외이사 선임, 액면분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유상감자, 주식소각 등 6개의 주주제안안에 대한 표결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주주제안을 발의한 강형국 소액주주 대표는 "삼천리의 이익수준을 감안할 때 1만원은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이 아니다"며 "또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발전소나 에너지사업 등에 투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요식업이나 자산운용사 투자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천리 측은 "주주들과 함께 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전년 대비 1000원 인상된 3000원을 제시했고, 이는 도시가스업계 평균 배당성향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찬반표결 결과 찬성 187만여주(참석 의결권 비중 80% 이상)로 회사가 제시한 주당 3000원안이 통과됐고 주주제안인 1만원안은 자동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안 및 액면가 500원으로의 액면분할, 40만주(발행주식수의 9.8%)의 주당 6만원 유상감자, 30만주의 500억원 한도 내 매입소각 등의 주주제안도 20% 수준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무산됐다.

대한방직 정기주총은 회사 측의 압승으로 끝났다. 대한방직 지분 2.79%를 보유한 소액주주인 서일원씨는 "대한방직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적자를 냈고, 2010년 소폭 흑자 이후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며 "자회사 청도대한인염과의 거래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등 회사의 경영 및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신영철 전북대 농경제학과 교수를 감사로 추가 선임할 것을 요구했었다. 서 씨의 감사선임안은 31만여주의 참석의결권 주식 중 3만여주에 불과한 찬성표를 얻어 부결됐다.

휴스틸의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유상감자, 자사주 매입안 등도 표대결 결과 모두 무산됐다.

선종구 회장이 역외탈세·불법증여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열린 하이마트 정기주총은 별 잡음 없이 진행됐다. 선 회장 검찰소환과 최근 주가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날 주총의장을 맡은 유경선 대표(현 유진그룹 회장)은 즉답을 피하는 대신 하이마트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이마트 매각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며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공동 매각하기로 한 합의정신에 따라 최대주주가 새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주 일가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남합성 정기주총에서는 '경영참여'를 선언한 미원상사그룹 측 인사 2명이 사내외 이사로 선임됐다. 미원상사 측은 이날 경영진 파견은 동남합성의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며 경영진을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지희 동남합성 부회장의 경영을 지지한다고 전해 현 경영진과 뜻을 같이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밖에 한화케미칼 주총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KB금융은 황건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한경닷컴 정현영·한민수·김효진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