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메트 무틀루 "디자인을 직접 고르게 하라…비즈니스모델은 고객과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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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트 무틀루 트렌디올 CEO
터키의 '온라인 패션 신데렐라'
터키의 '온라인 패션 신데렐라'
미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인 타이거글로벌펀드와 클레이너퍼킨스카우필드앤드바이어스(KPCB)는 2010년 터키의 한 온라인 패션업체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KPCB는 구글과 아마존에, 타이거펀드는 링크트인과 징가에 각각 투자해 유명해진 펀드들이다. 미국 이외 지역에 거의 투자하지 않는 이들 펀드가 유럽의 변방인 터키의 인터넷 업체에 돈을 댄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터키 업체는 트렌디올이다. 온라인을 통해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 출발한 지 2년밖에 안 된 신생업체다. 트렌디올이 주목을 끄는 것은 빠른 성장세가 아니라 독특한 사업모델 덕이다. 다른 인터넷 판매 회사와 달리 ‘밀라’라는 독자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 단순한 판매 중개인이 아니라 제조업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는 만 30세 여성인 데메트 무틀루다. “고객과의 소통이 비즈니스 모델”(미국 포천)이다. 제품 아이디어부터 판매까지 전 비즈니스 과정을 일관되게 고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다.
○고객 투표로 생산품 선정
무틀루 CEO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기가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방트프리베(프랑스) 길트그룹(미국) 등과 비슷하지만, 이들과 다른 점은 직접 옷을 생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직후 터키 시장 공략 방법을 옷을 직접 만드는 것으로 세웠다. 터키는 패션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고, 따라서 개성을 표출할 만한 다양한 의류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 것. 그래서 옷을 만들지 않고 다른 업체에서 구입해 파는 기존 인터넷 업체와 다른 길을 택했다.
밀라 브랜드 의류를 직접 생산해 판매하기로 했다. 그 결과 창업 14개월 만에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는 “고객의 잠재 수요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독특한 감각을 갖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준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무틀루 CEO의 성공 비결로 고객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꼽는다. 매달 트렌디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밀라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이 공개된다. 고객들은 각 상품에 투표를 하고, 여기서 1등을 차지한 디자인이 제품으로 나온다. 무틀루 CEO는 “고객들이 직접 고른 디자인이기 때문에 실패할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은 제품을 생산하기 전 아이디어 수립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줄여줬다. 현재 트렌디올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매달 1200만명, 페이스북 가입자 수는 50만명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생활한 덕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토록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트렌디올 페이스북을 방문하면 따로 홈페이지에 들어갈 필요 없이 페이스북 내에서 모든 쇼핑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한다. 트렌디올은 밀라뿐 아니라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도 팔고 있다. 옷 핸드백 구두 액세서리 등 3만여개 패션 아이템을 판매 중이다. 포천은 지난해 9월과 10월 무틀루를 ‘주목할 만한 10명의 차세대 여성 경영인’ ‘가장 성공한 10명의 여성 창업자’에 잇달아 선정했다.
○아버지 반대 무릅쓰고 창업
무틀루는 어린 시절부터 터키의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여러 나라 문화를 접했다. 1981년 뉴욕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는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2002년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프록터앤드갬블(P&G) 레킷벤키저 알트리아 등 다국적 기업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며 마케팅 감각을 익혔다.
2008년 직장생활을 잠시 접고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 들어갔다.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버지는 무틀루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자신의 회사에 들어와 일하길 원했지만, 그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 계기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2009년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던 무틀루는 미국에서 했던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옷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터키에는 인터넷으로 옷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해 9월부터 트렌디올을 창업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무틀루는 “당시 아버지가 두 달 동안이나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터키에서는 다국적 기업에 취업하는 게 성공의 상징”이라며 “창업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니던 외국 기업을 때려치우고 회사를 세우겠다는 그를 주변에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일이지만 성공을 입증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0년 3월 트렌디올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한 달 만에 가입자 수가 10만명에 달한 것이다. 터키 인구는 8000만명에 육박한다. 유럽에서도 인구 수가 많은 편인 데다 35세 미만 젊은이들이 전체 인구의 63%를 차지한다. 젊은이들의 패션에 대한 욕구는 늘어나는데 제대로 된 쇼핑 사이트가 없었기 때문에 무틀루의 사업 아이템은 성공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던 셈이다. 타이거펀드와 KPCB가 무틀루에게 투자를 결정한 것도 터키의 성장세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중동에 ‘패션 혁명’을 꿈꾸다
포천은 무틀루가 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첫 터키인이라고 설명했다. 10명 남짓으로 출발한 이 회사의 직원 수는 500명으로 불어났다. KPCB는 이 회사의 시장 가치를 1억5000만달러로 예상했다. 패션 유통업체로서는 터키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회사로 성장했다.
무틀루의 꿈은 문화가 비슷한 이슬람 국가에 진출해 터키 패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는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터키에서 일어난 패션 혁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무틀루는 “중동과 북아프리카가 다음 타깃”이라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트렌디올이 수십억달러의 가치를 갖는 회사가 되도록 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무틀루가 이끄는 트렌디올은 향후 10년간 유럽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데메트 무틀루 약력
▲1981년 미국 뉴욕 출생 ▲2002년 뉴욕대 경제학과 졸업 ▲2003~2006년 알트리아 어소시에이트 브랜드매니저 ▲2006~2007년 P&G 브랜드매니저 ▲2007~2008년 레킷벤키저 시니어브랜드매니저 ▲2008~2009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휴학) ▲2009년 6월 트렌디올 창업
이 터키 업체는 트렌디올이다. 온라인을 통해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 출발한 지 2년밖에 안 된 신생업체다. 트렌디올이 주목을 끄는 것은 빠른 성장세가 아니라 독특한 사업모델 덕이다. 다른 인터넷 판매 회사와 달리 ‘밀라’라는 독자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 단순한 판매 중개인이 아니라 제조업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는 만 30세 여성인 데메트 무틀루다. “고객과의 소통이 비즈니스 모델”(미국 포천)이다. 제품 아이디어부터 판매까지 전 비즈니스 과정을 일관되게 고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다.
○고객 투표로 생산품 선정
무틀루 CEO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기가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방트프리베(프랑스) 길트그룹(미국) 등과 비슷하지만, 이들과 다른 점은 직접 옷을 생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직후 터키 시장 공략 방법을 옷을 직접 만드는 것으로 세웠다. 터키는 패션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고, 따라서 개성을 표출할 만한 다양한 의류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 것. 그래서 옷을 만들지 않고 다른 업체에서 구입해 파는 기존 인터넷 업체와 다른 길을 택했다.
밀라 브랜드 의류를 직접 생산해 판매하기로 했다. 그 결과 창업 14개월 만에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는 “고객의 잠재 수요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독특한 감각을 갖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준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무틀루 CEO의 성공 비결로 고객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꼽는다. 매달 트렌디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밀라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이 공개된다. 고객들은 각 상품에 투표를 하고, 여기서 1등을 차지한 디자인이 제품으로 나온다. 무틀루 CEO는 “고객들이 직접 고른 디자인이기 때문에 실패할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은 제품을 생산하기 전 아이디어 수립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줄여줬다. 현재 트렌디올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매달 1200만명, 페이스북 가입자 수는 50만명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생활한 덕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토록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트렌디올 페이스북을 방문하면 따로 홈페이지에 들어갈 필요 없이 페이스북 내에서 모든 쇼핑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한다. 트렌디올은 밀라뿐 아니라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도 팔고 있다. 옷 핸드백 구두 액세서리 등 3만여개 패션 아이템을 판매 중이다. 포천은 지난해 9월과 10월 무틀루를 ‘주목할 만한 10명의 차세대 여성 경영인’ ‘가장 성공한 10명의 여성 창업자’에 잇달아 선정했다.
○아버지 반대 무릅쓰고 창업
무틀루는 어린 시절부터 터키의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여러 나라 문화를 접했다. 1981년 뉴욕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는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2002년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프록터앤드갬블(P&G) 레킷벤키저 알트리아 등 다국적 기업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며 마케팅 감각을 익혔다.
2008년 직장생활을 잠시 접고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 들어갔다.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버지는 무틀루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자신의 회사에 들어와 일하길 원했지만, 그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 계기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2009년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던 무틀루는 미국에서 했던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옷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터키에는 인터넷으로 옷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해 9월부터 트렌디올을 창업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무틀루는 “당시 아버지가 두 달 동안이나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터키에서는 다국적 기업에 취업하는 게 성공의 상징”이라며 “창업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니던 외국 기업을 때려치우고 회사를 세우겠다는 그를 주변에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일이지만 성공을 입증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0년 3월 트렌디올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한 달 만에 가입자 수가 10만명에 달한 것이다. 터키 인구는 8000만명에 육박한다. 유럽에서도 인구 수가 많은 편인 데다 35세 미만 젊은이들이 전체 인구의 63%를 차지한다. 젊은이들의 패션에 대한 욕구는 늘어나는데 제대로 된 쇼핑 사이트가 없었기 때문에 무틀루의 사업 아이템은 성공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던 셈이다. 타이거펀드와 KPCB가 무틀루에게 투자를 결정한 것도 터키의 성장세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중동에 ‘패션 혁명’을 꿈꾸다
포천은 무틀루가 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첫 터키인이라고 설명했다. 10명 남짓으로 출발한 이 회사의 직원 수는 500명으로 불어났다. KPCB는 이 회사의 시장 가치를 1억5000만달러로 예상했다. 패션 유통업체로서는 터키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회사로 성장했다.
무틀루의 꿈은 문화가 비슷한 이슬람 국가에 진출해 터키 패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는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터키에서 일어난 패션 혁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무틀루는 “중동과 북아프리카가 다음 타깃”이라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트렌디올이 수십억달러의 가치를 갖는 회사가 되도록 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무틀루가 이끄는 트렌디올은 향후 10년간 유럽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데메트 무틀루 약력
▲1981년 미국 뉴욕 출생 ▲2002년 뉴욕대 경제학과 졸업 ▲2003~2006년 알트리아 어소시에이트 브랜드매니저 ▲2006~2007년 P&G 브랜드매니저 ▲2007~2008년 레킷벤키저 시니어브랜드매니저 ▲2008~2009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휴학) ▲2009년 6월 트렌디올 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