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ㆍ경영진 '먹튀' 10개社 집중 조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가 상장폐지(상폐)와 관련해 최대주주 등이 연루된 불공정거래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부 기업의 최대주주나 경영진은 상폐 정보를 사전에 알고 거래 정지 전에 주식을 팔아 손실을 줄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10여개 종목에서 혐의를 포착해 특별심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여개 종목, 정황 포착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감시팀은 상폐 대상 및 예정 기업의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인이 사전에 지분을 팔아치운 ‘먹튀’ 기업 색출에 나섰다. 거래소는 10여개 상폐 대상 기업에서 이들이 지분을 매각한 정황을 포착, 거래가 이뤄진 증권사에 고객원장 및 계좌 설정 약정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증거가 확보되면 불공정거래 혐의로 관련자를 금융감독원에 통보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 중 주총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거나 주총일을 자주 바꾸는 기업이다. 또 주가가 급락하고 있음에도 거래량이 늘어나는 기업도 대주주 ‘먹튀’ 후보 기업으로 꼽힌다.

거래소는 최근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량 투자하거나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지분을 대량 매수한 사람의 명단을 확보, 이들의 지분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수 지점 매도 집중 요주의

업계에서는 소수 지점에 매도가 집중된 종목을 최대주주 등이 주식을 팔았을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종목으로 꼽았다.

A사는 지난 19일 자본 전액잠식과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 사유가 발생했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I사는 9일 보유 중이던 주식 25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기 불과 10일 전이다. 최대주주인 I사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19.62%로 떨어졌다. 거래 정지 직전인 19일에도 이달 하루평균 거래량의 5배가 넘는 7600만주가 거래되면서 추가로 장내 처분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본 전액잠식인 B사도 지난달 이후 소수 지점에 매도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특정 계좌에서 각각 10만주에 이르는 개인 매도가 세 차례 포착됐고 거래 정지 하루 전엔 소수 지점 소수 계좌에 거래가 집중됐다.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C사도 이달 들어 소수 지점이나 단일 계좌를 통해 매도 주문이 집중, 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상폐 관련 시장조치 잇달아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결산과 관련해 현재까지 상폐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총 6개다. 아이스테이션은 12일 내부결산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자본 전액잠식 상태라고 공시해 거래가 정지됐다. 엔스퍼트에이프로테크놀로지 평산 CT&T도 자본 전액잠식과 대규모 손실을 공시하면서 상폐 위기에 몰렸다.

이 가운데 아이스테이션과 엔스퍼트, 평산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태다. 아인스M&M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매매 거래가 정지된 가운데 최근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정환/손성태/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