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美 CEO 기본급 對 인센티브 비율 '2 : 8'
‘경영진에 대한 성과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거의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풀기 힘든 과제다.

합리적 성과 평가와 보상은 경영진에 강력한 성취 동기를 부여해 기업의 지속 성장을 돕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거꾸로 잘못된 성과보상 체계는 ‘제사보다 젯밥’이라는 말처럼 경영진이 회사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자신의 인센티브에 더 많은 관심을 쏟으면서 기업을 망가뜨리기 십상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타워스왓슨의 더글러스 프리스크 임원보상 대표(사진)는 “미국 최고경영자들의 급여는 기본급 15~20%에 나머지 장·단기 인센티브로 구성돼 있다”며 “개인 동기 부여 및 회사의 지속 성장을 함께 꾀하는 데 효과가 큰 체계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프리스크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람직한 임원 인센티브 시스템과 글로벌 기업들의 성과보상 트렌드를 정리한다.

◆“경영진 급여 공개에 대비하라”

“한국 기업들도 3~5년 후면 임원 급여를 전면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프리스크 대표는 “한국도 글로벌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체계적인 보상 시스템을 갖추고 임원 급여에 대한 공시 요구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2010년부터 1억엔 이상 받는 임원들의 연봉 공개를 의무화했고 홍콩 등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3~5년 뒤면 이런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임원 급여가 얼마나 자세하고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여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프리스크 대표는 “급여 공개에 대비하기 위해선 총보상액을 고정급이 아니라 성과급(인센티브) 위주로 설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총급여가 고정급 위주로 짜여지면 사회적 비판 여론 등에 직면할 수 있는 반면, 인센티브가 중심이 되면 성과에 따른 보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다만 인센티브를 현금 외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 등 각기 장점이 다른 인센티브 수단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왜 인센티브를 주는지, 회사의 성과에 어떻게 연동되는지 스토리텔링을 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센티브는 목표 달성의 수단이다”

프리스크 대표는 “인센티브는 회사가 원하는 목표를 직원들에게 인지시키고 집중하게 하는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을 포함해 각국 기업의 인센티브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들은 일본은 물론 중국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도 인센티브 활용에 보수적이고 운영도 효율적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좀 더 적극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에서 임원들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려면 인센티브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한국은 적극적인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인센티브에 익숙한 현지 직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인센티브에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

1997년 국내에 처음 도입돼 2000년대 초반까지 들불처럼 번졌던 스톡옵션은 2006년 이후 삼성 SK 포스코 등 대기업부터 줄줄이 폐지했다.

일부에서 스톡옵션을 받기 위한 성과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내실보다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 차원의 외형 경영에 주력하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상장사와 비상장사 경영진 간 위화감도 상당했다. 미국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스톡옵션을 폐지했다. 삼성전자는 3년 단위로 현금을 보상하는 ‘장기성과 인센티브’라는 새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주된 평가기준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경쟁사 대비 실적 등이다. 이처럼 임원 성과보상은 그 필요성과 효용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의 특성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기 쉽지 않다.

타워스왓슨은 해외 기업 사례 등을 볼 때 임원 인센티브제 도입이나 변경을 추진하는 기업은 여섯 가지 포인트를 반드시 고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먼저 △총보상액을 인센티브 위주로 설계하고 △단기와 장기 성과의 균형을 고려하며 △주주 가치와의 연계를 염두에 둬야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리고 회사 실적과 무관하게 이미 설정된 기준에 따라 과도하게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일이 없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에도 리스크 관리 장치를 도입하며 △보상위원회 설치 등 합리적 결정구조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회사의 지속 성장을 꾀하려면 △각 산업의 특성 및 기업 특유의 사업전략을 반영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