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휴대폰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로 옮기고 있다. 올해 베트남과 인도 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리는 대신 중국 선전 공장은 문을 닫는다. 베트남, 인도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베트남 옌퐁 공장은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량의 절반을 떠맡는 세계 최대의 단일 휴대폰 공장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세계 휴대폰 생산기지 중 중국 선전 공장은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과 인도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중국 후이저우와 톈진, 선전 등 3곳과 한국 구미, 베트남 옌퐁, 인도 노이다, 브라질 깜삐나스 등 세계 7곳에 월 3500만대의 휴대폰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월간 생산실적 기준으로 중국 후이저우와 베트남 옌퐁이 각각 월간 1000만대, 톈진 680만대, 한국 구미 320만대, 인도 노이다 235만대, 중국 선전 85만대 순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생산량을 지난해 3억2500만대보다 17% 늘어난 3억8000만 수준으로 늘려 잡으면서 지역별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선전 공장은 주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휴대폰을 만드는데 이 방식의 휴대폰 수요가 줄고 있다”며 “선전의 생산시설을 후이저우 공장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대신 베트남과 인도 공장의 생산 능력을 키운다. 베트남 옌퐁은 지난해 7월 제1공장과 같은 규모의 제2공장을 준공했다. 올해 본격 가동에 들어가 1, 2 공장을 합쳐 월 1300만대를 만들고 있다. 올해 말이면 월 150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인도 노이다 공장도 월 275만대인 생산 능력을 월 400만대로 키우기 위해 막바지 증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월 400만대를 생산하게 된다. 이들 공장의 증설 물량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베트남과 인도에서만 올해 2억대가 넘는 휴대폰을 만들게 된다. 삼성전자 생산량의 60%에 이르는 규모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휴대폰을 3억8000만대, 이 중 스마트폰은 2억대가량을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베트남과 인도 공장을 집중 육성하는 것은 정부 지원, 인건비 등을 감안한 전략이다. 베트남은 인건비 등을 포함한 휴대폰 1대당 가공비가 3달러40센트, 인도는 3달러 수준인 데 비해 중국은 20~3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또 공장 준공 뒤 법인세를 4년간 면제하고 내수용엔 관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중국 톈진 지방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중단한 것과 비교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베트남은 휴대폰 수요가 급증하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가까워 생산 전진기지로서도 손색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삼성전자 휴대폰 수출이 지난해 50억달러를 넘자 적극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삼성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베트남 한 곳에서 만드는 건 생산 포트폴리오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 공장은 새로 출시할 갤럭시S3의 생산 안정화를 위해 올 1, 2분기에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월 300만대를 만들다가 3, 4분기엔 월 350만대로 생산량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