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커피 한우물…본고장 미국에 출사표
“커피믹스는 어디서든지 마실 수 있는데 맛있는 원두커피는 왜 커피숍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걸까요?”

국내 1위 원두커피 제조업체 한국맥널티의 이은정 대표(사진)는 최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원두커피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 기업인이다. 이 대표는 18일 “값비싼 커피 메이커나 캡슐 머신 등이 없어도 맛좋은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 왔다”며 “동서식품이 ‘맥심’으로 믹스 커피의 시대를 연 것처럼 ‘맥널티’로 원두커피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맥널티가 개발해 내놓은 제품들엔 이 대표의 이런 포부가 묻어난다. 향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삼각형 티백, 컵 윗부분에 다리 형태의 종이 지지대를 걸쳐놓고 물을 따르는 형식으로 드립커피의 맛을 살린 드립 백, 캡슐커피처럼 작은 용기에 진한 농축액이 들어 있어 뜨거운 물에 넣는 순간 원두커피가 되는 포션커피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그의 지휘 아래 수년간의 연구·개발(R&D)을 거쳐 나온 제품이다. 이 대표는 “원두 맛을 살릴 수 있는 포장재질 개발 등에 매출의 10%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물여덟 살 되던 1993년 서울 방배동에 ‘맥널티’라는 이름의 원두커피 전문점을 차렸다. 저렴한 셀프서비스 카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 그는 과감하게 잔당 3000원이 넘는 프리미엄 원두커피숍으로 틈새를 노렸다. 이 대표는 “젊은이들 사이에 특별한 날 만남의 장소로 자리잡으면서 1995년엔 서울시내에 30여개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며 “그해 가정용 원두커피 시장을 뚫기 위해 커피 유통업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미국 맥널티로부터 원두커피를 수입, 유통매장에 공급하고 나선 것. 미제 커피지만 패키지를 작게 줄이고 간편한 알루미늄 지퍼백를 도입하는 등 ‘한국화’에 주력한 덕분에 맥널티는 2년 만에 전국 대부분의 백화점과 유통매장에 독립 부스를 가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그는 또 한 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원두를 들여오던 미국 맥널티사와 함께 경기도 화성의 제약공장을 잇따라 인수하며 원두커피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동시에 공장의 일부 시설을 살려 해열제 아스피린 식도염치료제 등을 제조해 광동제약 등 대형 제약사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R&D를 통해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제품들을 개발하며 국내시장 점유율을 26%까지 끌어올렸고 제약사업도 흑자를 기록 중”이라며 “내달 말 충남 성환에 문을 여는 공장에선 일반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중이 원두커피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136억원을 기록한 한국맥널티는 내달 뉴욕 사무실을 열고 커피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제조한 삼각티백, 포션 커피 등의 간편한 제품을 미국 내 대형마트 등에 유통시킨다는 전략이다. 과거 커피를 들여오던 시장을 15년 만에 역공략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 원두커피의 ‘한류’를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