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개 상장회사의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린 16일 ‘주총 데이’에 목소리 커진 소액주주들이 곳곳에서 회사 측과 ‘힘 겨루기’에 나섰다.

남양유업에서는 주주제안이 부결됐지만, 일동제약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되는 등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이 대응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주주제안을 하지 않고 주총장에서 회사 측 안건을 놓고 표대결에 나서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치밀해진 소액주주

주총데이…소액주주-회사측 곳곳 충돌
서울 양재동 일동제약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이호찬 씨(지분율 12.57%)와 안희태 씨(9.94%) 등 ‘큰손’ 주주들은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아 정관 변경 안건과 이사 및 감사 선임에 대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동제약은 △이사 또는 감사 등의 책임 경감 규정을 신설하고 △재무제표의 승인을 일정한 조건하에 이사회 결의로 갈음하며 △주식의 소각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하지만 정관 변경안건에 대해 참석 의결권의 47.6%가 반대하는 바람에 부결됐다.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은 소액주주의 반대 속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일동제약 대표이사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은 44.5%가 반대한 가운데 통과됐고, 이종식 감사 재선임 안건도 찬성 435만주, 반대 427만주로 간신히 통과됐다.

9.99%의 지분을 보유한 피델리티는 정관 변경과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는 반대 의견을 냈고, 감사 선임 안건에는 찬성했다. 일동제약 대주주 지분은 27.8% 수준으로, 윤원영 회장(6.42%) 이금기 전 회장(5.47%) 등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장펀드’는 남양유업에 패배

서울 사간동에서 열린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회사 측의 배당안건을 놓고 ‘장하성 펀드(장펀드)’로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와 회사 간 표대결이 벌어져 회사 측이 승리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보통주 1000원, 우선주 1050원’ 배당 안건은 찬성 37만7597표를 얻어 통과됐다. 반면 장펀드가 제안한 보통주 2만5000원, 우선주 2만5050원의 배당안은 한국밸류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지지를 얻었지만 반대 37만7682표로 부결됐다. 장펀드가 제시했던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도 찬성 13만여표, 반대 45만여표로 통과되지 못했다.

장펀드는 지난해 태광산업, 대한화섬에 이어 올해도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이구산업 주총에서는 소액주주 김기영 씨가 감사후보를 제안했지만, 회사 측의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이 통과되면서 감사 선임 안건은 자동으로 소멸됐다.

○끝나지 않은 소액주주 요구

다음주(19~23일) 열릴 예정인 기업들의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다. 삼천리 소액주주들은 주당 1만원의 배당금과 감자 비율 9.86%의 자본감소 안건,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휴스틸도 소액주주들이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과 유상감자안, 자기주식 매입안건을 올려 사측과 맞붙을 예정이다. 이 밖에 대한방직은 소액주주가 감사후보자를 제안해놓은 상황이다.

조진형/안상미/임현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