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온라인 HD 공연
메트오페라, VOD 서비스
○오감으로 느끼는 오케스트라
글로벌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 음반 판매 수익과 외부 후원금이 줄면서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 베를린필하모니, 메트로폴리탄오페라관현악단 등 유명 악단들이 앞다퉈 IT 공연 서비스를 도입하고 나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가 IT를 활용한 테크노(첨단기술) 악단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는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악단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2009년엔 런던 사우스뱅크의 한 창고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 영화로 만들어 공연하는 ‘리라이트(Re-Rite)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관객들이 마치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오감을 활용해 음악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도록 한 것. 최근에는 상임지휘자 살로넨과 함께 지휘 동작과 악단의 연주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해 데이터베이스로 축적, 관람객들이 가상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는 지난 15일 온라인 주문형 오페라 감상 서비스인 ‘메트오페라온디맨드’를 선보이며 디지털 경쟁에 가세했다. 기존의 오페라 스트리밍 서비스가 “옛날 연주뿐인데 가격만 비싸다”는 지적에 따라 온라인 서비스를 고화질의 최신 공연 위주로 개편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필하모니오케스트라는 2008년 인터넷으로 공연 실황을 전 세계에 중계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디지털 콘서트 홀’이라는 이름의 이 서비스는 연간 150유로(23만원)를 내면 32회에 이르는 베를린필 정기 공연을 HD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7000명 이상이 가입해 있다. 베를린필은 오케스트라 페이스북에 등록된 28만명의 친구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생존을 건 디지털 경쟁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IT화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 시장의 온라인화로 음반 판매 수입은 급감했다. 재정위기로 지방정부나 기업들로부터 들어오던 후원금도 줄었다. 영화와 게임의 사운드트랙을 만들고 해외 연주를 늘리고 있지만 수입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경영환경 악화로 쓰러지는 악단들도 적지 않다. 독일 일간 디차이트는 이날 “남서독일방송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별도 운영해왔던 SWR슈투트가르트오케스트라와 SWR바덴바덴·프라이부르크오케스트라를 합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엔 110년 역사의 미국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베를린필 관계자는 “30년 전만 해도 1년에 20~25장의 앨범을 냈지만 요즘은 한 해에 많아야 5장을 출반하기도 힘들다”며 “수익 증대를 위해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