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선언한 강봉균  "민주, 여당되려면 FTA 반대 안돼"
정계 은퇴를 선언한 강봉균 민주통합당 의원(사진)은 “민주당이 여당이 되고 싶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해선 안 된다”고 15일 당에 쓴소리를 했다.

강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중도보수 성향의 3선(전북 군산) 의원이다. 그는 민주당이 부자증세, 무상복지 등 ‘좌클릭’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소신발언을 해 ‘미스터 쓴소리’로 통했다. 그의 소신발언이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정체성 시비로 비화되면서 공천에서 탈락했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이 개방주의 경제를 지속하려면 한·미 FTA를 하는 게 맞다”며 “옛날 민주당(새천년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때와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어야 국민이 신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우려의 소지가 있어 협상을 통해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하지만 FTA 자체를 문제 삼거나 폐기하자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처럼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한·미 FTA 덫’에 걸린 이유로 야권연대를 꼽았다.

그는 “손학규 대표 시절부터 수도권 의원들의 압력에 밀려 야권통합을 추진하다 안 되니까 야권연대를 추진하면서 진보당에 시종 끌려왔다”며 “총선 이후에도 야권연대가 합의한 한·미 FTA 반대 기조에 계속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연대로 민주당의 정책 노선이 더 좌향좌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대해 그는 “그래서 걱정”이라며 “선거에서 서로 이익을 보자고 야권연대를 했으니깐 (총선) 결과에 따라 양당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금 좌파적 정체성에 맞지 않으면 배척한다”며 “그동안 당보다는 국익 차원에서 쓴소리를 했는데 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념적인 세력이 당내에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민주당이 집권을 하려면 이념 스펙트럼을 넓히고 중도층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는 것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여야가 선거에서 이기는 데만 혈안이 돼 국민 경제의 안정과 발전 기반을 위협하는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대외 경제 상황은 안 좋은데 걱정하는 목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들고 나온 순환출자 금지 등 대기업 개혁 공약에 대해 “순환 출자는 3~5%의 지분만 가진 대주주가 계열사 지배력을 최대한 늘리게 해주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꺼번에 무리하면 기업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기업활동이 위축되니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슈퍼부자증세’ 공약에 대해선 “모양을 갖추기 위해 고소득자 1만명에 맞춰 소득세율을 높이겠다고 하는 것은 효과가 없는 ‘폴리틱스’(정치행위)에 불과하다”며 “최고세율 구간 하나 만든다고 전체 세제의 조화로운 발전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