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발효] 복제의약품 시장 타격 불가피…美파견 근로자 비자 5년으로 연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강화된다.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공연, 음반 등. 방송은 제외)의 경우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보호기간이 연장된다. 이로 인해 출판사 등의 로열티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음반·DVD 등 저작물이 수록된 매체에 정품표시를 위해 부착하는 라벨을 위조해서도 안되고, 영화관에서 허락 없이 녹화하는 행위(도촬)도 금지된다.

인터넷상에서 수시로 이용하는 카피 기능인 ‘일시적 저장’을 ‘복제’의 개념에 포함시킨 것도 주목된다. 이 때문에 인터넷 검색만 해도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많았다.

하지만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권자의 합리적인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경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유튜브에 어떤 사람이 기타치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이를 다운받아 친구들에게 보냈다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이 동영상이 영리성이 없고 해당 음악시장을 대체하는 효과가 없다면 문제가 없다.

특히 신약이나 인터넷 저작물 등 상당부분 콘텐츠에서 미국 측에 열세인 분야는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 국내 제약업계는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복제의약품의 제조·시판을 유보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제약사들이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국내 제약사가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복제약)으로 개발할 경우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허가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업체가 제네릭 의약품이나 개량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3년의 유예기간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업계 입장에선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국내 제약업계의 이런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약값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은 10년 동안 연평균 686억~1197억원가량 줄고, 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 규모도 457억~797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약업계가 “제약분야는 한·미 FTA의 대표적 피해 산업”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한·미 FTA로 미국 파견 근로자들의 불편도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비자유효기간이 5년으로 연장됐기 때문이다. 통상 미국 현지법인에 파견되는 경우 장기체류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 내 현지법인 파견근로자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L비자의 유효기간은 신설사업체는 1년, 기존사업체는 3년으로 짧았다. 미국 내에서는 비자연장이 안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2007년 이후 4년 동안 L비자 활용이 약 1만6000명에 이를 정도로 L비자 활용도가 높았지만 짧은 유효기간이 애로사항이었다. 한·미 FTA는 이 L비자의 유효기간을 사업체 유형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5년으로 늘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