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관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이 일정비율을 넘어서는 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해 보험약가 우대, 금융 및 세제지원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제약사들 중 50여개 안팎을 선정할 방침이라는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웬만한 기존 제약사들은 거의 다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름만 그럴 듯한 혁신형 제약기업일 뿐 연구개발을 명분삼아 기존 기업들에 보조금이나 대주자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건강보험 적용 일부 의약품의 약가인하 정책에 반발하는 제약업계 달래기용으로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론 제약회사의 연구개발 비중을 끌어올리자는 것 자체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동아제약 등 매출 순위 12대 제약사들을 다 합쳐봐야 미국 화이자의 8분의 1도 안되는데다 연구개발투자비는 그보다 훨씬 더 떨어지는 20분의 1에 불과하다. 지금의 영세한 규모로는 연구개발투자라고 해봐야 선진기업 흉내내기에 불과할 뿐 특허약 베끼기에도 바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산업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부가 보조금을 대준다고 해서 연구개발투자가 확 늘어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이 덩치를 키우지 않는 한 스스로 연구개발투자를 늘리는 데는 엄연히 한계가 있고,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은 물론 글로벌 경쟁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글로벌 톱 50 제약회사 리스트에 한국 기업은 아예 없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고 일본은 다케다제약 등 10개사가 포진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다국적 제약사에 맞서 글로벌 반열에 오른 일본 제약사의 성장과정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90개국에 신약을 수출하는 다케다제약의 경우 지난해 매출 26조원을 올려 전 세계 제약사 중 12위를 기록했다. 매출의 약 20%인 4조~5조원을 매년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정도로 신약 개발에 공을 들인다. 이런 일본 제약사의 도약은 덩치를 키우고, 이를 통해 연구개발에 집중했기에 가능했다. 한국 제약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통폐합이라고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