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246개 지역구는 후보자 선정이 거의 마무리된 단계다. 그렇지만 54개 비례대표 후보는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시켜 달라는 사람은 몰린다. 새누리당에만 모두 616명이나 신청했다. 민주당도 오는 14일 마감 때까지 인파가 몰릴 것이다.

직역단체들마다 대표를 국회로 보내려고 안달이다. 정당에 읍소해서 안통하면 낙선시킬 것이란 협박도 불사한다.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만 하면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 같은 것은 고려할 문제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직역단체들의 이해를 지키는 데 필요한 담보라는 것은 이미 18대 국회에서 감기약 슈퍼판매가 끝내 무산되고, 변호사들의 취직 길을 넓혀주는 준법감시인 법안이 만들어졌던 것에서도 입증된 바다.

과학기술계가 공천 과정에 이공계를 배려해달라고 요구하는 배경을 모르지는 않는다. 지금같이 이공계를 홀대하는 상황에서 스트롱코리아가 불가능하다는 데는 한경도 충분히 공감한다. 과학기술부가 교육부로 통합돼 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도 빈말이 아니다. 모두 130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17개 과학기술단체들이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을 만들어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그래서 탓만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변호사, 약사 의원들의 직역이기주의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군인 연예인 같은 다른 직능단체와 이익집단들도 자리를 내놓으라고 나서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회원이 많은 직업에 더 많은 국회의원을 배정해야 한다. 정치 자체가 바뀌어야지 국회에 대표를 보낸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과학은 보편적 진리를 추구한다. 더구나 과학자는 합리적 지성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것이지 직역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다. 5000만명의 직접 민주주의는 많은 약점을 노출시킨다. 그래서 300명의 대표를 뽑는 것이다. 온갖 단체의 대표로 국회를 구성하는 것은 국회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국회가 저질화하면서 직역들 간에 바터하는 등의 악법도 부지기수다. 모두가 분노하고 있고 모두가 자리를 요구한다. 정말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