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리한 봄배추 계약구매, 가격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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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t 목표물량 과도…'산지 밭떼기 소동' 초래
농협·유통인 경쟁에 하우스당 가격 2배 올라
농협·유통인 경쟁에 하우스당 가격 2배 올라
배추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배추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목표치로 정한 ‘사전 계약재배 물량’이 과도하게 많아 배추 산지에서 ‘비닐하우스 밭떼기 소동’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산지유통인-농협 사재기 경쟁
정부는 배추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농협중앙회를 통해 생산 농가가 출하하는 배추의 계약재배 물량 목표를 올해 처음 세웠다. 날씨에 영향을 받아 가격이 널뛰기하는 배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사들이는 사전구매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농협중앙회가 직접 판매하는 물량을 올해 전체 배추 생산량의 30%로 정했다”며 “하지만 사업 초기임을 고려해 봄(4~6월 출하)배추는 15%인 6만으로 목표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농협중앙회에 농가들과 봄배추 사전계약을 한 뒤 출하 때 책임지고 판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봄배추 사전구매 물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자율적으로 사들인 봄배추 5000의 12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농협이 산지에서 봄배추 사전구매를 시작하면서 가격이 무섭게 뛰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봄배추 계약 금액은 이달 초 비닐하우스 1동(약 2100포기)당 230만~250만원까지 올라갔다. 평년 가격인 120만~130만원의 두 배 비싼 수준이다.
올해 봄배추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18% 줄어든 상황에서 배추장사를 매년 해온 산지유통인들과 농협 간 물량확보 경쟁이 붙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사전구매 가격이 뛰면 실제로 출하되는 시기의 봄배추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목표 절반 확보도 어려워
농협중앙회는 지역 단위농협을 통해 농가들에게 배추 계약재배 의향을 사전 조사한 결과 2만~3만가량 사전구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농협중앙회는 배추 산지에 직원들을 파견해 농가들을 계속 독려하고 있지만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6만)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희 농협중앙회 채소사업소 소장은 “배추 유통시장을 8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산지유통인들이 이미 농가들과 계약을 대부분 마쳤다”며 “농가들은 산지유통인과 30년 넘게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올해 처음 일을 시작한 우리보다 유통인들을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
계약금에 웃돈까지 얹어주는 산지유통 관행도 문제다. 농가들은 나중에 배추 시장가격이 떨어져도 처음 계약 금액을 100% 보장해주는 농협중앙회 대신 나중에 계약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더라도 일단 웃돈을 더 주는 산지유통인과 거래하는 사례가 많다.
◆농협 “제값 받고 팔 수 있을지…”
농협중앙회는 산지 배추를 비싼 가격에 사전구매했다가 나중에 제값을 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의 목표대로 6만을 미리 사들였다가 작년처럼 봄배추 가격이 폭락하면 100억~2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 매입 물량을 늘리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 측은 지난 2일 단행된 사업구조개편으로 농축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경제지주회사가 출범한 마당에 배추 산지 구매에 소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 단위농협에서 각 지역의 배추를 판매했을 뿐 농협중앙회는 직접 판매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정부로부터 사업구조개편 지원금을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농식품부가 올해부터 ‘출하계약사업’ 제도를 도입, 지역농협이 농가와 계약을 맺으면 농협중앙회가 판매하도록 의무화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산지유통인-농협 사재기 경쟁
정부는 배추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농협중앙회를 통해 생산 농가가 출하하는 배추의 계약재배 물량 목표를 올해 처음 세웠다. 날씨에 영향을 받아 가격이 널뛰기하는 배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사들이는 사전구매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농협중앙회가 직접 판매하는 물량을 올해 전체 배추 생산량의 30%로 정했다”며 “하지만 사업 초기임을 고려해 봄(4~6월 출하)배추는 15%인 6만으로 목표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농협중앙회에 농가들과 봄배추 사전계약을 한 뒤 출하 때 책임지고 판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봄배추 사전구매 물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자율적으로 사들인 봄배추 5000의 12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농협이 산지에서 봄배추 사전구매를 시작하면서 가격이 무섭게 뛰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봄배추 계약 금액은 이달 초 비닐하우스 1동(약 2100포기)당 230만~250만원까지 올라갔다. 평년 가격인 120만~130만원의 두 배 비싼 수준이다.
올해 봄배추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18% 줄어든 상황에서 배추장사를 매년 해온 산지유통인들과 농협 간 물량확보 경쟁이 붙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사전구매 가격이 뛰면 실제로 출하되는 시기의 봄배추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목표 절반 확보도 어려워
농협중앙회는 지역 단위농협을 통해 농가들에게 배추 계약재배 의향을 사전 조사한 결과 2만~3만가량 사전구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농협중앙회는 배추 산지에 직원들을 파견해 농가들을 계속 독려하고 있지만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6만)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희 농협중앙회 채소사업소 소장은 “배추 유통시장을 8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산지유통인들이 이미 농가들과 계약을 대부분 마쳤다”며 “농가들은 산지유통인과 30년 넘게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올해 처음 일을 시작한 우리보다 유통인들을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
계약금에 웃돈까지 얹어주는 산지유통 관행도 문제다. 농가들은 나중에 배추 시장가격이 떨어져도 처음 계약 금액을 100% 보장해주는 농협중앙회 대신 나중에 계약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더라도 일단 웃돈을 더 주는 산지유통인과 거래하는 사례가 많다.
◆농협 “제값 받고 팔 수 있을지…”
농협중앙회는 산지 배추를 비싼 가격에 사전구매했다가 나중에 제값을 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의 목표대로 6만을 미리 사들였다가 작년처럼 봄배추 가격이 폭락하면 100억~2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 매입 물량을 늘리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 측은 지난 2일 단행된 사업구조개편으로 농축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경제지주회사가 출범한 마당에 배추 산지 구매에 소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 단위농협에서 각 지역의 배추를 판매했을 뿐 농협중앙회는 직접 판매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정부로부터 사업구조개편 지원금을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농식품부가 올해부터 ‘출하계약사업’ 제도를 도입, 지역농협이 농가와 계약을 맺으면 농협중앙회가 판매하도록 의무화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