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담보 없이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신용대출 금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7%대를 돌파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11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연 평균 6.07%였던 신규 신용대출 금리가 올해 1월 7.23%로 급등했다. 한 달 사이 1%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신용대출은 일반 신용대출과 아파트 계약자들을 위한 집단(중도금) 대출로 나뉘는데,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연 8.16%까지 치솟았다.

최근 5년간 신용대출 금리가 가장 높았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11월로 연 8.06%에 달했다. 이후 한은의 통화 확장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해 12월 연 7.94%, 2009년 1월 연 5.93%로 빠르게 떨어졌고 작년 말까지 3년 동안 연 5~6%대를 유지했다.

상승폭이 크지 않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꿈틀대고 있다. 올 들어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06%로 작년 말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주택·신용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하자 작년 말 연 5.37%였던 가계대출 금리는 올 들어 5.8%로 뛰어올랐다. 역시 2008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은 은행 수신금리만 놓고 보면 대출금리 상승세가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의 양대 수신 기반인 정기예금(1년 만기)과 은행채 수익률은 올해 들어 각각 0.05%포인트씩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금금리 등을 낮춰 자금을 더 싸게 조달하면서 대출금리를 되레 올린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새해 들어 위험 관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점장 전결금리 등 대출금리 인하 요인을 없앴다”며 “실적관리를 위해 작년 말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췄다가 연초에 환원시킨 것도 예대금리차를 더욱 벌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서민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생필품 가격이 계속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이자까지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의 대출 억제책이 이어지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한 측면도 있다”며 “금리체계 개편이나 금리에 대한 공시 강화 등을 통해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