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稅 장기 저축성보험은 2~3개 나눠 가입을
새내기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은 무엇보다 촘촘한 재테크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돈을 모으기가 무척 어렵다. 수입은 제한돼 있는 데 반해 쓸 곳은 많기 때문이다. 첫발을 잘 내디뎌야 노후에 편하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생애재무설계를 짜보면 도움
직장을 잡았거나 결혼을 했다면 인생 전체의 재무계획을 짜보면 도움이 된다. 신혼이라면 부부가 함께 설계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한 달 소득과 생활비가 얼마나 될지, 전세자금과 자녀 출산, 주택 구입, 자녀 교육자금, 가족 보장성 보험, 예기치 못한 의료비, 노후 자금 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현재의 재무 상태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가급적 보수적으로 짜는 게 바람직하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저축액을 최대한 늘린다는 마음가짐이다. 홑벌이든 맞벌이든 총수입의 절반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지출이 크면 소용이 없다. 자녀 출산 이후에는 아무래도 지출 항목이 늘기 마련이다. 자동차를 꼭 구입해야 한다면 세금 통행료 주차료 등 혜택이 많은 경차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재무설계에 관한 한 부부가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자의 월급과 가외수입이 얼마인지, 어떤 항목에 대한 지출이 많은지 등에 대해서다. 정기 급여 외에 발생하는 보너스와 성과급에 대해서는 별도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100만원 이상 목돈이 생기면 따로 투자하고 이보다 적은 금액이라면 목돈이 될 때까지 모았다가 저축·투자 상품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테크 계획을 짤 땐 단기와 중기, 장기로 나눌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생활비나 경·조사 비용, 중기적으로는 내집 마련이나 자녀 교육, 장기적으로는 노후자금 마련 등이다. 단기 자금이라면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해도 되지만 장기 자금의 경우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원칙을 따르자.
투자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투자 손실이 크다면 일정기간 감내할지, 아니면 손절매를 선택할지 주기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주거래 은행부터 만들어야
재테크의 첫 걸음은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 것이다. 은행들은 신용카드 사용액과 공과금 자동이체 실적, 월평균 예·적금 잔액 등을 따져 고객들의 등급을 매긴다. 이 등급이 높을수록 금융거래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금리우대 혜택을 준다.
따라서 여러 은행과 거래하기보다 작은 거래라도 한 은행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급이 이체되는 은행을 주거래로 만드는 게 유리하다. 은행들이 월급 이체 여부를 가장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은행들이 대부분 금융지주회사 체제여서 은행과 연계된 카드 보험 증권 등을 통합 거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결혼했다면 부부 중 한 명의 주거래 은행에 집중하는 전략을 써보자. 두 명의 이름으로 각각 예·적금에 가입할 때보다 한 사람이 집중 거래할 때 신용점수를 더 높일 수 있다. 대출 금리 역시 낮추는 게 가능하다. 남편이나 부인의 신용카드를 ‘가족카드’로 바꾸면 도움이 된다. 요즘엔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지출을 억제하는 길이다. 소득공제 혜택도 체크카드가 더 높다.
하지만 모든 금융거래를 주거래 은행에 의존한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정기적으로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곳을 따져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평균 1%포인트가량 더 쳐주는 저축은행을 활용하면 좋다. 작년 부실 저축은행 여러 곳이 문을 닫았지만 예치금 5000만원 이하에 대해 손해를 본 소비자는 한 명도 없었다.
재테크를 시작할 때 ‘복리의 마술’에 대한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복리는 예치기간이 길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구조다. 저축은행 예·적금은 대개 복리형이다. 시중은행은 ‘회전식 정기예금’이란 이름으로 복리 계산법을 적용한다. 회전 주기를 3개월로 선택하면 3개월마다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는 식이다. 다만 적용이자를 단리형보다 훨씬 낮게 책정하는 ‘꼼수’도 있는 만큼 세후 이자를 비교해봐야 한다.
◆자신에게 꼭 맞는 금융상품 찾아야
평소 생활비 관리통장을 별도로 마련해두면 좋다. 일부 은행은 일정 금액 이상 잔액이 남으면 자동으로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이체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통장을 만들면 일시적으로 수백만원의 잔액이 생겨도 이자를 더 많이 챙길 수 있다.
수시로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동시키는 것도 괜찮다. CMA 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연 3%대 이자까지 챙길 수 있다. 각종 수수료는 물론 온라인 주식매매 수수료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적립식 펀드도 가급적 일찍 들어두는 게 좋다. 매달 지정한 날짜에 일정액의 주식을 매입하는 구조다.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한국처럼 급등락 장세가 반복되는 시장에선 장기 투자할 때 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장기 저축성 보험도 2~3개 나눠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요즘 연 5% 이상 연복리를 적용하는 곳이 많다. 적은 금액을 쪼개 넣어야 유사시 일부를 해지할 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일정 부분 사업비가 공제되는 구조란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연 5%짜리라 해도 사업비를 떼면 연 3~4% 수준이란 얘기다. 따라서 사업비가 소멸하는 시점 이후부터 본격적인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신혼부부라면 여러 보험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만든 통합보험도 생각해볼 만하다. 각자 보험에 가입할 때보다 보험료를 낮출 수 있고 보장 혜택도 넓은 편이다.
보장성 보험은 실손형이 적당하다. 일생 동안 예기치 못한 의료비 지출이 꽤 많을 수 있다. 부부가 매달 몇 만원만 내면 평생 대부분의 병원비를 부담없이 충당할 수 있다. 요즘 암 발병률이 높은 만큼 암특약을 강화하는 게 좋다. 종신보험의 인기는 최근 들어 수그러드는 추세다. 보장액에 비해 월 납입액 부담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적금 만기 등으로 수백만~수천만원의 목돈이 생겼다면 어떻게 굴려야 할까. 무엇보다 발품을 파는 게 중요하다. 은행마다 예금 금리의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시적으로 공동구매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0.3~0.5%포인트의 추가 금리까지 얻을 수 있다. 다만 연간 한두 차례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만큼 어느 은행이 취급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주가지수연동예금(ELD)도 추천할 만한 상품이다. 원금을 전액 보장받으면서 코스피 등 지수가 상승 또는 하락할 때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정기예금과 달리 운용 수수료가 별도로 붙는다. 증권사 등에서 판매하는 지수연동펀드(ELF) 등도 비슷한 구조지만 원금 보장이 안 되는 고위험·고수익 추구형이란 점이 다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