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차 5만대 수입…에너지분야 기술인재들 "한국 연수" 치열한 경쟁
“카카오톡 너무 좋아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지난달 25일 요르단 수도인 암만의 중심가에서 만난 엘딘 알디자 씨(22)는 기자에게 서슴지 않고 말을 걸어왔다. 요르단대 한국어학과를 다닌다는 그의 한국어 발음은 다소 서툴렀지만 어휘력이나 화법은 별로 흠잡을 데 없었다. 알디자 씨는 한눈에 유복한 집안의 자제임을 알 수 있었다. 학생 신분임에도 길가에 세워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XD를 가리키며 본인 차라고 소개했다.
요르단에는 지금 한국 열풍이 불고 있다. 젊은이들이 카카오톡에 빠져드는가 하면 거리에는 한국산 자동차들과 휴대폰으로 넘쳐난다. 요르단 과학기술계에선 한국행 교육 연수를 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요르단에서 한국전력의 민간발전사업을 이끌고 있는 윤석배 법인장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에너지회사인 AES나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이름을 날렸지만 요즘엔 현대, 기아, 삼성, LG, 켑코(한전)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중고차, 요르단 시장의 75% 점령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 요르단 세관을 거쳐 정식 수입된 한국 자동차는 5만942대다. 같은 기간 요르단 수입차 중 75.3%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4만3873대가 수입됐다.
요르단 내 자동차 제조회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요르단 수입차 시장이 곧 요르단 전체 자동차 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요르단은 자체 수요뿐 아니라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인근 중동국가로 재수출하기 위해 한국산 차량을 대거 수입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요르단 내 수입차 2위를 기록한 일본(6005대)과의 차이도 크다. 금액 비중으로는 우리나라가 전체의 51%에 달한다. 물량 대비 금액비중이 낮은 것은 한국차의 상당 부분이 중고차이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요르단에서 한국산 중고차의 평균 가격은 8400~1만1200달러다. 조기창 암만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은 “연간 3000여명의 요르단 바이어들이 한국산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방한한다”고 밝혔다.
◆요르단, 카카오톡 열풍
요르단 젊은이들 사이에선 카카오톡 열풍도 불고 있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에서 120만명이 다운받으며 앱스토어 무료 앱 부문에서 1위를 석권한 바 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중동지역 국가 모두 물리적인 거리도 가깝고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다 보니 요르단에서도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요르단의 경우 한 채팅방 안에 1000명이 몰려 서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단 한 차례도 외국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없는 국영 요르단 TV가 주 요르단대사관과 현지 한국 기업들의 도움으로 드라마 ‘대장금’을 방송하기도 했다. 당시 요르단 TV는 퇴근 이후 황금 시간대인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총 67회를 방영키로 하고 ‘대장금’을 아랍어로 더빙해 이집트, 이란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이어 방송을 시작했다.
학계에서도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술을 배우려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요르단의 젊은 과학자 9명을 국내로 초청, 지난 1월부터 내년 6월까지 18개월 동안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2010년 한국-요르단 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 건설계약 체결 당시 합의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참가자 전원은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JUST)와 프랑스 국립원자력과학기술학교(INSTN)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들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교육훈련은 기술 전수의 의미뿐 아니라 중동에 한국형 원전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중동의 원자력 관련 인재들이 우리 원전에 익숙해져야 향후 원전 수출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발전사업 선두주자로 두각
요르단은 최근 세계 에너지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동 지역 전체의 전력 수요가 연간 7~10%씩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요르단이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르단은 중동에선 드물게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에 향후 원전 등의 수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한국전력은 이곳에서 2010년 3월부터 373㎿급 가스복합 화력발전소 건설에 착수, 지난해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요르단 정부가 발주한 두 번째 민자발전사업(IPP)인 알 카트라나발전소는 요르단 전체 전력소비의 11%를 책임지게 된다.
한전은 또 지난 1월 요르단의 세 번째 IPP사업인 600㎿급 중유발전소도 수주했다. 이 발전소가 2014년 건설되면 한전은 937㎿ 용량의 전력생산 설비를 갖추게 돼 요르단에서 발전사업 순위 3위에서 1위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암만(요르단)=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