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형적 로비스트 아니냐"..이계철 "로비의 `로'자도 몰라"
`방송파업' 놓고 여야 신경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가 5일 개최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내정자의 도덕성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현미경 검증이 이뤄졌다.

민주통합당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 내정자가 무선통신장비업체인 `글로발테크'로부터 3억원의 보수를 받은 기록이 있고, 이 회사가 KT 자회사인 KTF에 납품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며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이 내정자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사장을 지낸 바 있다.

또한 이 내정자가 한국정보보호진흥원(2002∼2008년)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2006∼2010년) 이사장을 지내면서 `글로발테크'에서 일한 데 따른 겸직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이 내정자는 전형적 로비스트"라고 꼬집었고, 전병헌 의원은 "글로발테크가 KTF와 거래하고 있었으므로 KT 사장 출신인 이 내정자를 고문으로 영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정통부 차관을 역임한 고위공직자가 KT라는 대기업과 납품하려는 업체에 고문으로 4년간 근무, 3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받은 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이라며 "최하의 도덕성"이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나는 로비의 `로'자로 모르는 사람"이라며 "고문료는 그 회사에서 내 경력을 참고해서 정당하게 지불해 준 것을 수령한 것이며, 도덕성에 결부될 우려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기석 전 글로발테크 사장은 "지난 2006년 회장이 `외부인사 영입해야겠다.

KT 사장 출신이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당시 우리가 KTF와 거래를 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이날 청문회에서는 주요 방송사의 파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MBC, KBS, YTN 등 방송3사의 공동 파업사태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끊임없는 간섭과 편파가 야기한 일"이라며 "방송의 공정성ㆍ공영성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김재윤 의원은 "적어도 김재철 MBC 사장의 사퇴안을 결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허원제 의원은 "현재의 방송사 파업 사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과 다름 아니며, 특정 방송사의 사장에 대한 사퇴안을 결의하는 것은 정치권이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맞받았다.

허 의원은 "무엇보다 KBS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장 선임 방식을 개선하는 등 공정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데 여야가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내정자는 "파업 문제는 내부 문제로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관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보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현혜란 기자 kbeomh@yna.co.kr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