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이달부터 실시하려던 마그네틱 방식(MS)의 현금 입출금 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3개월 연기한다고 4일 발표했다.

당국은 복제 위험이 낮고 보안성이 높은 집적회로(IC) 방식의 카드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2일 오전 10시~오후 3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마그네틱 카드가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홍보가 부족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평일 은행 영업시간에 마그네틱 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는 6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하루 만에 조치를 번복한 것은 예상보다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최한묵 금감원 IT국장은 “2004년부터 IC카드가 도입됐고 은행 창구에서 바로 IC카드 교체가 가능해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랐다”며 “교체가 바로 되지 않는 신용카드 겸 현금카드 사용자들의 항의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 은행권의 현금카드 4900만장 중 IC카드는 4000만장(82%)이다. 5명 중 1명은 여전히 MS카드를 쓴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일 하루 동안 은행 창구에선 소동이 벌어졌다. 통상 하루 IC카드 발급 건수는 4만1000건 정도인데 이날은 16만4000장이 발급됐다.

은행 현금카드는 그래도 사정이 나았다. 신용카드에 현금카드 기능을 넣은 마그네틱 비씨카드 사용까지 정지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비씨카드는 11개 회원사에서 2000여가지 카드를 발급해 놨는데 2일 하루 동안 IC카드 교체 요청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교통카드 기능 등 부가서비스를 넣기 위해선 관계 기관과 협조가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린다.

이 때문에 통상 신용카드 발급은 7~10일이 소요되지만 2일부터는 대기시간이 2~3주로 급격히 늘어났다. 졸지에 3주간 은행 영업시간에 카드사용이 제한된다는 소식을 듣자 분통을 터뜨리는 고객이 많았다.

최 국장은 “5월까지 카드 사용자들에게 우편물과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IC카드 전환을 더 유도한 뒤 다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5월 중 IC카드 전환실적을 점검할 계획이다. 9월부터는 IC카드만 쓸 수 있고 마그네틱 카드 사용은 전면 차단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