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상승 충격 흡수"…정부 "국내 유통구조 문제"
일본 기름값은 올 1월9일 ℓ당 143.1엔에서 2월20일 143.5엔으로 0.28%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1935.02원에서 1987.65원으로 2.7% 올랐다. 이 기간 국내 공급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은 14.7% 뛰었다.
두 나라 모두 국제 제품가격의 인상분은 그대로 반영되지 않긴 했지만, 일본과 한국의 단순 가격 상승세를 비교하면 10배의 차이가 난다. 정유업계는 가장 큰 요인으로 환율 변동을 거론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이 기간 중 엔고로 엔화가치가 상승해 달러로 원유를 들여오는 부담이 한국보다 덜했을 것”이라며 “엔고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외부 변수의 충격을 완화시켜 준 셈”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환율의 영향 외에 일본과 다른 점으로 세제를 든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2월 넷째주 기준 유통비용 및 마진(4%), 세금(47%), 세전 정유사 가격(49%)으로 구성된다. 일본은 20일 기준 휘발유 가격 구성에서 세금이 42%를 차지하지만 탄력세율인 한국과는 달리 정액제로 세금이 고정돼 있다. 국제 유가가 올라도 세금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의 추가 인상이 없어 국제 유가가 급등해도 가격 인상을 체감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유통시스템이나 경쟁체제 강화를 운운하지만 기름값 상승으로 정유사나 주유소는 마진 폭을 최소한으로 줄인 상태”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유류세 인하뿐”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